[사자성어로 읽는 고전]인기아취: 남이 버릴 때 나는 취한다

철산 최정준

발행일 2019-05-16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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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화를 늘리는 것을 화식(貨殖)이라 하는데 화식을 잘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어놓은 책이 사마천이 지은 '사기' 가운데 들어있는 '화식열전'이다. 중국 고대 상인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세 사람을 3대 상성(商聖)이라 하여 범려와 백규와 호광용을 꼽는다. 인기아취는 이 중에 백규가 한 말로 전해진다. 백규는 BC 4세기 무렵 사람인데 부자가 되기 위한 네 가지 덕목을 강조하고 있다. 백규는 상인이 큰 부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지(智), 용(勇), 인(仁), 강(强)의 네 가지를 구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에서 제시된 네 가지 덕목은 도덕적 차원이라기보다는 부를 성취하기 위한 실용적 차원의 자격이나 능력에 가깝다. 백규가 말하는 지혜란 물가 등의 시세변화에 통달하는 것을 말한다. 용기는 결단할 수 있는 힘을 뜻한다. 어짊은 남을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라 남들이 버릴 때 취하고 남들이 취할 때 줄 수 있는 넉넉함이나 여유를 말한다. 이 인(仁)의 덕목에서 인기아취가 등장한다. 그리고 굳셈은 기회를 포착하는 힘을 말한다.

백규는 늘 물가의 시세를 살피길 좋아했다. 그 해 풍년이 들면 싼값에 곡식을 사들이는 대신 실이나 옷감을 팔아넘기고 흉년이 들면 그 반대로 했다. 역학으로 점쳐서 태음(太陰)이 어느 궁에 있는지를 따져서 풍년과 흉년을 예측하는 일도 빼놓지 않았다. 태음이 卯나 酉에 있으면 그 이듬해 흉년이 들고 태음이 子나 午에 있으면 그 이듬해에 큰 가뭄이 든다고 하는 식으로 예측하였다. 백규는 이런 방법을 써서 내년 두 배씩 부를 축적하였다고 한다. 백규가 말하는 仁의 여유는 매우 간단하다. 비가 많이 내릴 때 공짜로 물을 담아두었다가 비가 내리지 않을 때 저수를 방류하여 비싼 값에 물을 내주는 이치이다. 문제는 언제 비가 많이 올지 적게 올지의 시세예측과 그 시세에 대응하는 인간의 심리운용이다. 그래서 시세파악의 지혜와 결단하는 용기, 거기에 더해 기회를 낚아채는 굳센 의지를 말한 것이다.

/철산(哲山) 최정준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미래예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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