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식탐 자극 먹방프로, 비만의 사회적 비용 책임 있어

김정순

발행일 2019-05-1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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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가 점령 '적잖은 후유증' 지적
지나치게 많은 양의 음식물 섭취
과장되고 자극적인 장면 '한숨'
시청률에 얽매여 '인기프로 고집'
결국 '비만 연결' 부담은 국민의 몫


수요광장 김정순2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요즘 TV를 켜고 리모컨을 돌리다 보면 온통 '먹방'과 '쿡방'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선 음식을 만들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이 매우 흔하게 등장한다. 이 두 콘텐츠 중에서 하나가 없는 예능프로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야말로 '먹방 전성시대'임이 실감난다.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채널은 물론이고 지상파 3사에서도 이런 먹는 방송이 넘쳐난다. 특히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동영상 플랫폼에서도 '먹방'은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며 인기몰이 중이다. '먹방과 쿡방이라 쓰고 예능이라 읽는다'는 말이 억지스럽지 않아 보일 정도다.

종영한 예능프로 중 '윤식당'을 떠올려보면 요리 프로가 얼마나 대세인지 그 위력이 느껴진다. 당시 '윤식당2'는 케이블 예능 최초로 시청률 16%를 기록하는 등 대단한 인기를 끌었다. 이 프로를 만든 나영석 PD 연봉이 40억원이 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예능프로의 경제적 영향력도 새삼 알 수 있었다. '윤식당' 성공 이후 나 PD 사단에서 독립해 비슷한 소재와 기획으로 제작비를 덜 들이면서 재미를 보고 있는 예능프로가 우후죽순 늘어난 점도 방송가에서는 화젯거리다. '돈 벌려면 나영석처럼 해라'는 공식까지 생긴 것이다.

현재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되고 있는 '스페인 하숙'이나 '현지에서 먹힐까' 미국편도 그중 하나이다. '먹방' '쿡방'이 많아지면서 이들의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

물론 상식 수준의 '먹방' '쿡방'의 재미와 가치를 부정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요리와 부엌은 여성의 전유물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이는 요리하는 남자가 나오는 '쿡방' 덕이 크다고 본다. 요리와 거리가 멀었던 남성을 주방으로 끌어들이고, 가사분담 등 긍정적인 사회 변화에 일조한 셈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쿡방'이나 '먹방'이 방송가를 점령하면서 그 후유증 또한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도한 '먹방' '쿡방'이 국민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식탐 문화를 조장하거나 비만을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는 과장되고 자극적인 '먹방'을 보면 정말 한숨이 나온다.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모방'할까 염려스럽다. 어쩌면 아이 어른 가릴 것 없이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 폭식 욕구를 느끼게 할 수도 있어 보인다.

최근 우리나라 비만 통계를 보면 엄청나게 가파르게 비만인구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초고도비만 인구 비율이 특히 20~30대 사이에서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구 10만 명당 104명, 잘못된 식습관으로 사망하고 10년 이내 국민 10%가 고도비만이 된다고 하니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에 우리 모두의 관심이 필요해 보인다.

'쿡방' 열풍에 대한 또 다른 부정적인 지적은 '푸드 포르노(Food Porno)' 관점이다. '푸드 포르노'라는 용어는 미국의 여성학자 로잘린 카워드가 처음 사용했는데, 음식이나 먹는 영상, '먹방'이나 '쿡방'을 보며 자신의 욕구를 채우는 일종의 대리만족을 뜻한다고 한다. 비만 조장이나 '푸드 포르노' 관점의 문제점 외에도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방송 프로그램 포맷의 획일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형식이나 내용면에서 다양한 포맷과 풍부한 콘텐츠는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시청률과 트렌드만 좇는 비슷한 프로그램만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먹방'과 '쿡방' 모두 다른 예능프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적게 드는데 비해 높은 화제성을 보이는 점을 모르는 바 아니다. 시청률과 제작비 등 방송 속성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시청률에 얽매여 비슷한 인기 프로만 고집하면, 시청자의 시청 선택권도 함께 사라진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과도한 '먹방'과 '쿡방' 열풍으로 인한 문제는 비만과 연결되어 사회적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는 곧 국민들 부담으로 고스란히 되돌아올 것이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식욕을 자극해 '먹방'과 '쿡방' 열풍 혜택을 보았다면 이에 대한 일정한 사회적 책임도 따른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김정순 간행물윤리위원회 위원장·언론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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