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보다 상처주는'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

김동필 기자

발행일 2019-05-17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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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여성인권진흥원 운영
수백억예산 불구 "수준이하" 지적
"센터 연계·교육 강화로 재발방지"


"질질 끌면 더 어려워집니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수백억원의 예산을 들여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 서비스를 구축했지만, 상담 수준이 매우 떨어진다는 불만이 나왔다.

16일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등에 따르면 '여성폭력 사이버 상담'은 주로 데이트 폭력·성폭력을 위주로 상담해주는 서비스로 지난 2014년부터 지금까지 136억5천800여만원을 들여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8월 8일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됐으며 2018년 9천746명, 지난 4월말까지 3천28명이 이용했다.

그러나 정작 상담은 비전문적인 답변으로 진행돼 왔다.

데이트 폭력을 상담하는데, 위로 없이 "헤어져"란 답변 등이 대표적 예다. 실제 상담 내역을 보면, A씨는 "헤어지자고 하니 죽겠다고 하는 남자친구가 있다"며 "저를 삶의 희망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상담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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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폭력1366사이버상담의 한 장면. /독자 제공

그러자 상담원은 "헤어질 생각을 했는데, 만날 수는 없지 않느냐"며 "헤어짐이 쉽지 않은 경우가 많고, 질질 끌면 더 어려워진다"고 답했다.

이어 상담원은 "누구나 이별은 힘이 든다"며 "그렇다고 해서 다들 죽지는 않는다. A씨에게 도움이 되는 결정을 하길 바란다"고 상담을 마쳤다.

이 같은 비전문적인 상담에 전문가들은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의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적극적인 공감이나 상세한 설명이 부족해 생긴 문제로 생각된다"며 "문자상담을 하면 감정이 전달되지 않는 문제가 있어 권하는 편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도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가해자의 처분에 신경 쓰지 못 한데다, 비대면 문자 상담이라서 생긴 일로 보인다"며 "상담원의 적절치 못한 상담에 죄송하다"고 해명했다.

이어 "각종 상담센터와 연계해 상담원 교육을 강화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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