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골목 외식상권에서 배달대행서비스 앱의 고객 평점을 악용해 경쟁점포를 험담하는 무분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19일 수원시내 한 골목에서 배달대행 오토바이가 지나가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
신고·삭제해도 부정적 인식 남아
조직적 '악플'… 별다른 제재 없어
"매출 직결, 지역상권 마찰 우려"
지난해 배달앱 3사와 계약한 수원 권선구의 도시락집 운영주 김모(43)씨는 최근 늘어난 부정적 내용의 댓글(리뷰)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밥에서 냄새가 난다', '조미료 덩어리', '반찬이 심하게 짜다', '배달이 너무 느리다' 등의 리뷰가 쏟아져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어보면서 레시피를 수정하고 배달 대행업체도 변경해 배달 시간도 단축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러던 중 특정 고객들이 식당을 비난하면서도 계속해서 음식을 시키고 리뷰를 나쁘게 작성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경쟁 식당에서 고의로 악성 리뷰를 작성한 것으로 생각해 배달앱에 신고했고, 이후 몇몇 리뷰는 조작 판명, 삭제됐다.
하지만 고객들에게 각인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떨어진 매출을 끌어 올리지 못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이처럼 지역의 골목 상권이 수천억원대 규모로 커진 배달앱 시장에 참여하면서 치열해진 경쟁으로 동네 동종 업체를 비방하고 험담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리뷰 대행업체들이 의뢰비를 받고 조직적으로 부정행위를 펼치고 있지만 불법 리뷰 삭제 외에는 피해 보전을 비롯해 이를 제재할 마땅한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19일 SNS, 인터넷 게시판 등을 보면 음식의 리뷰를 대신 작성해준다는 대행업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 한 대행업체에 문의한 결과, "사장님의 가게 음식 사진은 최대한 맛있게 찍어서 좋은 내용으로 리뷰를 작성해주고, 상대 식당 음식 사진은 맛없게 찍어 올려준다"며 1건당 5천원의 수수료를 제시했다.
일부 대행업체는 협업을 맺은 대행사와 조직적으로 리뷰를 달기 때문에 걸리지 않고, 적발되더라도 리뷰만 삭제될 뿐 별도의 제재는 없다면서 경쟁업체의 비방을 부추기기도 했다.
앞서 한 배달앱에서도 불법으로 작성된 리뷰를 6만2천건 적발해 삭제했지만 관련 음식점에 대한 별도의 제재는 하지 않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별점이 높거나 리뷰 수가 많은 식당이 배달앱 내 목록 상위에 위치해 별점과 리뷰 관리는 매출과 직결된다"며 "이 때문에 몇몇 식당 주인들이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리뷰 관리에 목숨을 걸고 대행업체를 통해 경쟁식당을 험담하지만 이를 막을 방법은 없어 지역 상권 간 마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준석기자 ljs@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