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광장]신뢰사회로 가는 길

김수동

발행일 2019-05-22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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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법·불법 전횡 근본적 차단 못한채
선의의 피해자만 있다면 잘못된 구조
법 잘 지키는자만 '바보' 인식 확산
시민을 잠재적 범법자 만들게 아니라
선량한 사람을 믿는 정책 전환 시급


수요광장 김수동2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 장면 1 올해 들어 어머니의 치아 통증이 심해져서 치과에 갔더니 틀니를 새로 해야 한다고 한다. 새로 하신지 얼마 안 되어 보험 적용이 안된다고 한다. 보험적용이 될 때까지 어머니께 참으시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새로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160만원을 부르더니 어찌어찌 100만원까지 내려갔다가 수납담당자가 브레이크를 건다. 간호사(그들끼리 '코디'라 부름)가 잘못 이야기했다고 하며 120만원이라고 한다. 그 숫자의 적절성을 따질 아무 기반이 없는 난 결국 120만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때부터 3개월여 주기적으로 어머니 모시고 치과를 다녔다. 그 사이 나도 치과 간 김에 오랜만에 스케일링을 했다. 문제는 거기서 시작됐다. 스케일링은 연 1회 보험이 적용된다. 당연히 그렇게 예상했다. 그런데 왠지 아쉽게 대충한듯한 느낌이었는데, 코디가 와 잇몸이 부었다고 잇몸치료를 해야 한다고 한다. 보험도 된다고 한다. 또 그러자고 했다. 잇몸치료를 좌·우·중앙 3번에 걸쳐 했다. 최종 점검을 위해 한 번 더 오라고 하는 것을 안 갔다. 나의 소심한 저항이다. 결론은 과거 스케일링 한 번에 끝날 일을 나눠서 한 것이다. 결국 나는 보험이 적용된 치료비를 합해서 거의 10만원을 지불했다. 능력 있는 코디를 만난 대가는 비쌌다. 지금까지 나는 '공동체주거 코디네이터'라고 나의 일을 소개해왔다. '코디네이터'라는 이 이름을 아무래도 바꿔야 할 것 같다.

# 장면 2 대학 다니는 딸에게 연락이 왔다. 내용을 들어보니 친구 언니가 창업을 했는데, 그 회사로부터 인건비를 지급받아서 일부 수수료를 떼고 환급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이다. 딸에게는 아무 피해가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그래서 딸에게 물었다. "너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니?" 자신도 느낌 적으로 옳지 않은 것 같고 내키지 않아서 확인 차원에서 물어봤다는 것이다. 하지만 마음 한 편에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에 대한 부담과 불편함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딸에게 말했다. 너의 생각이 옳고 조금 불편하더라도 고지식한 사람으로 살라고. 고지식한 딸이 불신 가득한 세상에서 겪어야 할 어려움이 예상돼 마음이 아프다.

# 장면 3 내가 일하는 협동조합은 가끔 공공의 보조금을 받아 공익사업을 수행한다. 사업의 본원적 활동 이외 보조금 사업의 관리를 위한 행정업무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행정업무 간소화의 요구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보조금 관리 집행 정산에 관한 업무가 간소화되기는커녕 점점 더 복잡하고 어려워지고 있다.

공공의 돈을 집행하는 것이니 투명하게 관리해야 함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이렇게 행정 편의적으로 절차와 규제를 강화하고 사업자의 자율성을 제한한 결과가 '장면1~3'과 같이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편법적이거나 불법적인 전횡을 근본적으로 차단하지도 못하면서 선의의 시민과 사업자만 힘들게 하는 구조라면 문제가 있는 것이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위법의 대가는 약하고 위법을 통해 얻는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위법이 반복되고 심지어 순진하게 법을 지키는 사람만 바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불신을 확산시키고 그 대가를 엉뚱하게 법을 지키는 선량한 시민들이 치르고 있는 것이다.

접근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모든 시민과 사업자를 잠재적 범법자로 가정할 것이 아니라 선량한 시민을 믿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 후에 믿음을 저버린 자에 대해 철저하게 책임을 물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선량한 다수를 믿지 못하고 그 비용을 공공과 시민에게 부담시킬 것이 아니라 신뢰를 저버린 자에게 철저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타인을 믿는 것은 위험하지만, 믿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 '신뢰의 법칙' 저자 데이비드 테스테노의 말이다. 믿는 자를 보호하고 배신자에게 책임을 묻는 것, 그것이 바로 신뢰사회로 가는 길이다. "어머님은 전적으로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라고 했던 김주영 선생을 믿었던 학부모만을 탓할 게 아니라 김주영 선생 같은 자가 더 이상 이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수동 더함플러스 협동조합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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