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주거복지 바람직하나 '올인'은 위험…취약계층 소외 우려도

청년 행복주택 미계약 33% 달해…"주택수당 등 보조금 지원 검토할 만"
LH 올해 임대물량 3분의 1 청년에 배정…"다른 취약계층과 균형 맞춰야" 지적

연합뉴스

입력 2019-05-26 09: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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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의 청년 주거복지 지원 정책은 전례없이 다양하고, 혜택도 역대급이다.

여기에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까지 합하면 문재인 정부 주거복지의 상당부분을 청년·신혼부부에 '올인'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그간 주거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던 청년층을 정부가 포용하고 주거자립을 돕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한다.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 'N포 세대(N개를 포기한 세대)' 등 청년 주거문제가 사회 이슈로 부각한 가운데 정부가 청년들의 주거불안 문제에 귀 기울이고 정책 지원에 나선 것이 의미있는 행보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청년 주거복지에 지나치게 집중함에 따른 부작용을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행복주택 수요-공급 '미스매치'…임대료 보조 확대 검토할 만

청년은 오랜 기간 주거복지 정책 대상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한국도시연구소가 2017년 발표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 및 주거빈곤 가구 실태 분석' 보고서를 보면 2015년 말 기준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전국 최저주거미달 가구 가운데 11.3%(29만명)가 청년가구였다.

국토교통부의 2017년 기준 주거실태조사 결과에서도 청년가구의 최저 주거기준 미달 가구 비율은 10.5%로 두자릿수를 기록했으며,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 비중도 3.1%에 달했다.

그러나 이달 국토부가 발표한 2018년 기준 청년가구의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 비중은 9.4%로 줄었고, 지하·반지하·옥탑방 거주비중도 2.4%로 감소했다.

소득 수준이 올라가며 주거여건도 나아진 측면이 있지만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청년·신혼부부 주거지원으로 청년층 주거문제가 다소 개선됐다는 게 정부의 평가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효율적인 청년 주거복지를 위해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고 본다

우선 청년에게 배정되는 행복주택의 경우 수요-공급 예측이 어긋나 미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의 행복주택 계약률은 평균 67%에 그쳤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과 제주 등 일부 지역은 계약률이 90%를 넘었지만 울산·김천 등 일부 지방의 행복주택 계약률은 20∼40%에 불과하다.

서울에선 공급이 부족해 들어가지 못하는 행복주택을 지역 안배 때문에, 또는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 별다른 수요 조사 없이 공급해 수요-공급 '미스매치'가 발생한 것이다.

국토연구원 박미선 연구위원은 "대구의 중소기업 산업단지에 공급된 행복주택도 청년이 거주하기에는 너무 외곽에 있어 미계약이 많았다"며 "청년들이 원하는 입지가 아니거나 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위원은 "행복주택 공급에 앞서 사전 수요 조사를 거쳐 희망 주택 규모에 대한 청약신청을 받아보고 그 결과를 반영해야 한다"며 "무조건 짓는다고 수요가 채워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청년 전세임대의 경우 보증금이 수백만원 선이지만 행복주택은 수천만원에 달해 학생은 물론 사회 초년생이 부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LH 입장에서 막대한 건설비용이 드는 행복주택의 보증금을 낮추면 공사의 자금 부담이 커져 지속적인 공급이 어려워진다.

이 때문에 LH 등 공공에만 지나치게 의존하지 말고, 민간 자본을 활용한 저렴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서울연구원이 2017년 발간한 '서울시의 주택문제와 부담가능한 임대주택 정책제언' 정책리포트에 따르면 영국은 2011년부터 '부담 가능한 주택 프로그램(Affordable Homes Programme, AHP)'을 도입하고 2020년까지 10년 간 임대료가 낮은 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공공이 민간 공급주체에게 보조금을 지급했다.

국가의 재정 부담은 줄이면서 싼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보조금으로 사회 임대인의 임대수입은 늘려 새로운 사회주택 건설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미국은 1986년부터 저소득층 주택을 짓는 민간 디벨로퍼에게 10년간 세금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세액공제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민간 디벨로퍼는 이 증서를 투자자·신디케이트를 통해 현금화하고, 건설자금 등으로 활용하는 대신 이런 혜택을 받아 지은 임대주택의 일부는 15∼30년간 저소득층에게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임대하는 것이다.

1987년부터 2014년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공급한 임대주택은 262만가구에 달한다.

해외 선진국처럼 임대주택을 직접 지원하기보다 주택 수요가 적은 곳에서는 청년 수요자에 직접 임대료를 보조해주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프랑스의 '로카파스'(loca-pass·전차금[前借金]) 제도는 직장을 구하면서 독립을 할 때 본인의 소득으로 임대료 부담이 어려운 청년층에 대해 1%의 저금리로 최대 500유로까지 대출을 지원한다.

핀란드는 임대주택을 지원하면서 일자리를 패키지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청년이 동네 커뮤니티와 연계해 페인트칠, 목공일 등 공공근로를 제공하면 임대료의 50%를 지원해주는 것이다.

LH주택도시연구원 진미윤 박사는 "임대주택의 직접 공급을 확대하는 것은 물량이나 지역적으로 한계가 분명하다"며 "현재 30세 이상으로 제한돼 있는 주거급여의 대상을 20대 청년으로 확대하는 대신 빈곤층이라는 선입견이 생기지 않도록 '주택수당'이나 '주택 바우처'와 같은 별도의 트랙으로 지원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청년 '올인'으로 주거취약계층 소외 우려…"임대주택 대기자 명부 만들어야"

현 정부가 임대주택 정책을 지나치게 청년·신혼부부 위주로 가져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LH가 건설하는 임대주택 물량과 주택도시기금 예산은 한정돼 있는데 청년 주거복지에 집중하면서 정작 정부 보조가 절실한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상대적으로 축소될 수밖에 없어서다.

국토부가 2022년까지 공급할 청년주택 물량은 연평균 5만4천가구에 달한다. 이는 LH가 올해 공급할 공공임대주택 15만2천가구 가운데 3분의 1에 해당하는 것이다.

특히 청년층이 많은 서울의 경우 올해 공급할 전세임대 1만가구중 절반에 가까운 4천700가구가 청년에게 돌아간다.

여기에 신혼희망타운이나 신혼부부 전세임대 등 신혼부부에 대한 지원은 별도다.

정부는 청년주택 외에 2022년까지 신혼희망타운 10만가구 건설계획을 비롯해 신혼부부 88만가구를 지원할 계획이다.

익명을 원한 한 공공연구소의 박사는 "청년 실업, 저출산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지만 정부의 주거복지가 특정 집단에 집중돼 형평성, 균형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며 "청년층 못지않게 정부 손길이 필요한 기초수급자 등 저소득 소외층의 주거복지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지원대상을 축소하고 엄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청년주택의 지원대상이 39세로 확대되고, 신혼부부 지원대상도 부부합산 소득이 8천만원으로 확대된 것을 놓고 지원대상의 범주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임대주택 대기자 명부를 만들어 입주 대상을 정하고 수요, 공급을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지자체의 한 연구원 박사는 "부부합산 소득 8천만원이면 소득 분위로도 고소득층에 해당되는데 정부 지원이 필요한 대상인지 의문"이라며 "임대주택 대기자 명부를 만들어 정부지원이 절실한 대상부터 주거복지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