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디지털플랫폼시대에서 살아남는 법

이용성

발행일 2019-05-27 제22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아날로그 라이프스타일 '독립서점'
아늑하고 개성있는 공간으로 '변신'
도서정가제 강화로 가격경쟁력 차단
온라인 불공정경쟁 반드시 규제해야
맞춤형 서비스등 적극적인 노력 필요

월요논단-이용성1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공유서비스의 등장으로 택시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5월 23일에는 지역언론, 지역언론시민단체, 지역언론학술단체 관계자들이 네이버 본사 앞에서 지역언론 차별을 중단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디지털플랫폼을 기반으로 전통서비스산업과 지역미디어산업의 위기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는 것 같다. 공유교통서비스나 뉴스매개서비스를 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에 대한 공적 규제는 그것대로 필요하겠지만 뭔가 근본적인 대응도 필요할 것 같다. 디지털세계에 맞서는 아날로그 세계의 반격,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독립서점에서 지혜를 얻어 볼까 한다.

최근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독립서점 여러 곳을 방문했다. 3월 어떤 일요일. 인적이 거의 없던 마을에 들렀을 때, 독립서점에 사람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진풍경을 목격하기도 했다. 독서모임, 영화모임 등 사람들이 모이는 마을의 문화적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의 독립서점에서는 지역 도시재생 등 지역이슈나 지역문화관광에 관련된 자료들이 보기 좋게 배치된 것이 인상적이었다. 독립서점은 디지털플랫폼과 온라인 쇼핑에 대한 아날로그적 반격의 기점일까.

오프라인 서점은 음반판매점과 함께 소매유통산업에서 가장 먼저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공격을 받았다. 미국은 1995년 제프 베제스의 아마존,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 WebFox부터 온라인서점서비스가 등장했다. 아마존은 상품의 다양성과 가격으로 대형서점 체인과 독립서점에 심대한 타격을 입혔다. 아마존은 이제 세계 최대의 쇼핑몰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과 함께 플랫폼 제국을 형성했고 그중에서도 가장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데이비스 색스의 말처럼 서점은 '쇠퇴', '죽음', '종말', '수명이 다한' 따위의 수식어와 함께 했다. 절망적인 예측에도 불구하고 오프라인 서점은 회생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독립서점은 미국서점연합 가입 서점을 기준으로 하면 2009년 1천650개에서 2014년 2천227개로 증가했고 독립서점 체인도 성장하고 있다. '퍼니 플랜'의 조사에 따르면 운영 중인 우리나라 독립서점도 2015년 97개에서 2018년 418개로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서점과 같은 오프라인 소매유통점에서 방문자들은 상품을 구매하기보다는 그 공간에 대한 느낌과 경험을 얻게 된다. 독립서점은 아날로그를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로 제공하는 아늑하고 멋진 공간이다. 책을 잘 아는 친절한 판매원과 잘 고른 책이 있고 독서모임 등 이벤트를 진행하는 개성 있는 공간이다. 데이비스 색스에 따르면 독립서점은 아마존이 약점으로 여긴 물리적 공간, 판매원, 제한된 도서를 모두 자산으로 활용하고 있다.

독립서점은 온라인서점의 알고리즘으로 변환되지 않는 판매자와 고객과의 책 추천 대화로 형성되는 특별한 관계가 있다. 인터넷서점의 미리보기나 검색 기능을 찾을 수 없었던 책을 우연히 발견하는 기쁨도 있다. 이 글의 바탕이 된 데이비스 색스의 '아날로그의 반격'이란 책도 지역의 독립서점에서 우연히 구입한 것이다.

독립서점을 큐레이션 서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점의 콘셉트에 맞게 책을 선택하고 분류·배치하는 서비스를 한다. '아날로그의 반격'에서 도시는 서점과 같이 시민이 모일 공간을 제공하는 사업들의 집합체라고 한다. 독립서점 중 상당수가 독서모임의 지역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그래서 작은 서점들이 사라지면 도시의 정체성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독립서점의 성장세는 출판시장의 주요 소비자인 40대와 50대의 옛것에 대한 향수 덕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이다. 성장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도서정가제 강화로 거대 온라인서점의 가격경쟁력을 차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개성적인 독립서점은 개인화된 소비 트렌드에 잘 따라갔다.

서비스산업과 지역미디어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디지털플랫폼을 거부할 수 없다. 독립서점의 사례에서 봤듯이 디지털플랫폼이나 온라인유통산업의 불공정한 시장경쟁에 대한 공적 규제는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고객과의 실제적 관계와 공간 경험, 맞춤형 서비스 등 아날로그의 강점을 최대한 발휘하는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이용성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