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

[김영준의 재밌는 클래식·(13)봄의 제전]'극한 리듬' 20C 모더니즘 불멸의 이정표

스트라빈스키의 '3대 발레 음악'
불규칙한 박자 호불호 갈린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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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쳐 버렸다/ 질서가 광기에 무너지고 있었다/ 지휘자에게 린치를 가하라!/ 드럼의 목을 잘라라!/ 금관악기를 도륙내라!/ 현악기를 피에 적셔라!/ 플루트의 목을 졸라라!/ 스트라빈스키의 봄이/ 성스러운 봄의, 무자비한 영화와 고통을 거느리며 도래하나니"

106년 전 이맘때(1913년 5월 29일) 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극장에서 열린 '봄의 제전' 초연에 다녀온 영국의 전위 시인 지크프리드 새순은 공연장에서 받은 충격을 시로 표현했다.



새순뿐만이 아니라 당시 공연장에 있던 청중은 이해할 수 없는 극한의 리듬과 폐부를 찌르는 날카로운 오케스트라 음향에 큰 충격을 받았다.

바슬라프 니진스키의 안무 또한 이전까지 러시아 발레가 보여주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야만적 줄거리와 음악에 어우러지는 무용도 관객들을 자극했다.

공연 시작 후 객석에서는 "이따위 공연 집어치워"라는 고함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이에 "거 좀 조용히 합시다"라는 다른 쪽의 항의가 이어지면서, 두 파로 나뉜 관객 간에 욕설과 주먹다짐이 오갔다고 한다.

그래도 공연은 이어졌고, 출동한 경찰도 어찌할지 몰라서 지켜만 봤다는 '봄의 제전' 초연은 공연 역사상 가장 큰 스캔들로 기록됐다.

'봄의 제전'은 '불새'(1910년)와 '페트루슈카'(1911년)를 잇는 러시아 태생의 작곡가 스트라빈스키(1882~1971)의 3대 발레 음악으로 꼽힌다.

곡의 구상은 1910년 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불새'의 작곡을 거의 마무리할 무렵 작곡자의 공상에서 시작됐다.

스트라빈스키는 공상 속에서 그려본 이교도의 엄숙한 의식을 무용 음악으로 형상화하겠다고 생각했다. 작곡자는 봄의 신을 예찬하기 위해 살아있는 젊은 여인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을 떠올렸다.

늙은 현자를 중심으로 둘러앉은 이교도들은 제물로 간택된 여인의 춤(죽음에 이르는 의식)을 지켜본다는 내용이다.

'봄의 제전'이 이전 음악과 가장 크게 대비되는 부분은 리듬이다. 이전 음악들에서의 리듬은 맥박처럼 일정하고 정확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박자는 따라갈 수 없이 불규칙하다.

반복되는 리듬이 없어서 듣는 이들에게 두려움을 주었다. 초연 이후에야 이 같은 부분을 알아차렸던지, 1914년에 감행된 두 번째 공연(발레 없이 연주회만으로 진행)은 청중의 환호와 열광의 도가니 속에 막을 내렸다.

'봄의 제전'은 20세기 모더니즘 음악으로서 불멸의 이정표를 세웠다. 당시의 대단한 '혁신'은 이제 위대한 '고전'이 되었다.

/김영준 인천본사 문화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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