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어떤 효행의 교육적 유품

오영학

발행일 2019-06-14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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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유품정리업' 블루오션 사업
고령사회 진입 우리 현실에 '시사'
'정책적 어젠다' 관심 시급
'웰다잉 문화'와 함께
노인복지로 다뤄지길 기대


오영학 전 경기도 문화복지국장
오영학 전 경기도 문화복지국장
우리나라 효행설화의 대표적인 내용으로 삼국사기 열전의 자기 넓적다리 살을 베어 부모의 약으로 삼은 향덕(向德)과 성각(聖覺) 그리고 자기 몸을 종으로 팔아 부모를 봉양하고자 한 지은(知恩)을 들 수 있다. 오늘날의 가치관에서 볼 때 이를 공감하는 데에는 분명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효가 오륜의 으뜸으로 아름다운 윤리적 미덕임에는 틀림이 없다.

필자가 공직생활 중 일산에서 만난 17년 지인의 현대판 효행설화로 비견될 수 있는 사례가 있어 펜을 들었다.

평생을 교육자와 서예가이셨던 아버지의 삶의 궤적을 한 권의 책으로 준비하여 탈상 날 제단에 바친 교훈적인 효행은 미담을 넘어 가정 및 사회교육 그 자체이다.

유통분야 대기업 임원으로 퇴직하고 현재 유통산업진흥 관련 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지인의 남다른 효행이다. 지난해에 10년 전 부모님을 향한 효심의 108배를 시작한 통도사에서 39만4천200배를 기리는 의식(회향식) 또한 인상적이었다.

아버지께서 살아생전의 교육자 생활상과 각종 자료, 2년여 병상에서의 서예체 일기와 형제 가족들의 지극한 간병 모습 그리고 운명 후의 장례식과 묘소에서부터 탈상까지 자손들의 행실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 유품으로 바치는 효행을 실천했다. 필자로서는 처음 대하는 광경이 되어 속으로 자부했던 나 자신의 부족한 효를 부끄럽게 했다.

유품, 고인이 남기고 간 물품을 말하지만 이 유품은 자손의 손으로 만들어진 소중한 가보의 걸작품이다. 아직도 얼마 동안의 시묘살이를 더 담아 마무리한다고 출간이 미루어지고 있어 아쉬움을 갖게 한다.

이 책자는 고인이 남긴 어느 귀중품보다 훌륭한 형이상학적인 유품이 될 수 있다. 그 안에는 고인의 가문, 훈육과 가르침이 담겨 있을 것이다. 조상님을 기리는 날에 모여 손자들이 책의 내용을 번갈아가며 낭독한다면 가정화합은 물론 교육적으로도 효행의 전수 차원에서 크게 유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이 효행을 소개하고 싶은 데에는 그만한 연유를 갖고 있다. 지난해 말 설립된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 회장을 맡고 있어 의미 있는 유품 소재를 담아 아직 우리나라에 부족한 유품정리의 사회적 인식을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유품정리사의 민간자격등록 신청에 대한 관련 부처들 간의 회피로 처리가 지연되고 있음을 안타깝게 지켜보게 된다. 유품정리업의 행정제도화에 대한 실태를 알려 행정적 공론화를 제기하려는 소명의식 때문에 효행의 사례를 소개한 것이다.

2006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의 유품정리업은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되어 2010년 NHK방송에서 '무연(無緣)사회'를 주제로 문제점을 제시하는 방영이 계기가 됐다. 인생을 마무리하고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의 '종활(終活)문화'가 파급되면서 지금은 유품정리업이 블루오션 사업이 됐다. 특수청소업과 함께 1천여개에 달하는 기업과 매년 3천여명을 배출하는 유품정리사 자격증 제도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음은 지난해 말 고령사회로 진입한 우리나라의 현실을 직시할 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어쩌면 정책적 어젠다로 관심을 가져야 할 시점이 많이 지나고 있음을 지적하고 싶다.

근자에 '노인복지론' 책자를 보면서 유품정리에 대한 한마디의 언급이 없음을 보고 이제는 웰다잉(well-dying) 문화와 함께 노인복지의 한 단원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복지에 유품정리가 반듯하게 다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오영학 전 경기도 문화복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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