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한국형 실업 부조

이영재

발행일 2019-06-07 제18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2019060601000415100020301

부조(扶助)의 사전적 의미는 '잔칫집이나 상가(喪家) 따위에 돈이나 물건을 보내어 도와줌. 또는 돈이나 물건.'이다. 경조사 부조와 생계 부조가 확연하게 구분된다. 10명이 한술씩 보태면 배고픈 한 사람이 먹을 분량이 된다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은 일종의 생계형 부조다. 청나라 말 중국의 사상가 캉유웨이(康有爲)는 우리의 부조문화에 대해 '조선사람들이 가진 뜨거운 마음의 표시'라며 부러워했다고 한다.

경조사비를 통한 상부상조의 관습은 우리의 오랜 미풍양속이다. 과거 직접 일손으로 거들어 주던 풍습이 현재 봉투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그럼에도 부고장을 받을 때마다 얼마를 넣어야 할지 누구나 한 번쯤 고민을 하곤 한다. 부조는 계 향약 두레 등의 성격을 지닌다. 슬프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 서로 품앗이해서 무난히 치르자는 것이다. 조선 말 사회상을 기록한 '하재일기'(荷齋日記)에는 떡 술 국수 북어 등의 물품이나 돈 10냥을 부조했다고 적고 있다.

'국민취업 지원제도'의 또 다른 명칭은 '한국형 실업 부조'다. 구체적인 그림이 완성돼 내년부터 시행된다고 한다. 중위 소득 50% (청년은 120%) 이하인 저소득층 구직자에게 매달 50만원씩 6개월간 최대 300만원을 지급한다. 일종의 '구직촉진수당'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자, 현 정부 국정과제다. 누가 이런 명칭을 만들었는지 '한국형'이란 것도 그렇고, 실업(失業)에 부조(扶助)를 갖다 붙인것도 기발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업부조에 들어갈 비용도 만만치 않다. 내년에 35만 명을 대상으로 5천40억 원이 소요되고 2020년 대상자를 60만 명을 늘릴 경우 연간 1조원을 훌쩍 넘긴다. 전액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오는데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해선 일언반구가 없다. 공교롭게 시행 시기가 7월로 총선 3개월 후다. 총선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擊蒙要訣)'에 이렇게 적었다. '서로 아는 처지라면 무슨 명목이 있어 주는 물건만 받고 아무런 명목이 없는 것은 받아서는 안 된다. 명목이란 것은 초상이 났을 때 부의를 하거나, 혼인할 때 도와주는 따위의 일이다.' 부조라고 냉큼 받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어찌 됐건 공공연한 경조사비 말고 숨겨진 부조금 항목이 또 하나 생겼다.

/이영재 논설실장

이영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