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경의 '노래로 본 사자성어']돈오점수(頓悟漸修)

고재경

발행일 2019-06-1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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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DNA'·김연자 '아모르파티'
솔 벨로의 소설 '오늘을 잡아라'
공통 분모는 '지금' 이라는 것
곧바로 삶의 진실 먼저 깨닫고
참사랑 시나브로 실천하는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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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돈오점수(頓悟漸修)는 사물의 본질이나 인간의 본성을 앞서 깨닫고 그 깨달은 바를 점차 수행하는 것을 뜻한다. 삶의 이치를 깨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을 깨쳤다 해도 수행에 정진하기란 어렵다.

최근 세계적 보이그룹으로 거듭난 방탄소년단이 부른 'DNA'(작사/작곡:Supreme Boi, RM, 김우람, Suga, Hitman Bang, Pdogg)는 돈오점수의 과정을 남녀 사랑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첫눈에 널 알아보게 됐어/.../내 혈관 속 DNA가 말해줘/내가 찾아 헤매던 너라는 걸'. 돈오 과정의 출발이 문득 깨닫는 것처럼 곡명 'DNA'의 화자도 불현듯 한눈에 사랑을 찾는다. 돈오의 촉매제는 바로 '내 혈관 속 DNA'이다. 그리고 '너'를 찾은 후 '만남'이라는 돈오 깨우침에 대해 부연 설명한다: '우리 만남은 수학의 공식/종교의 율법/우주의 섭리/내게 주어진 운명의 증거'. 화자가 자신의 연인을 찾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러한 '숙명'은 혼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우주'가 탄생하고 '무한의 세기'를 초월하고 '전생'과 '다음 생애'까지 함께할 '섭리'를 같이 발견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화자가 해야 할 일은 점수라는 수행이다: 'I want it this love/I want it real love'. 진정한 사랑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정신적 집중력을 요구한다. 그래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난 너에게만 집중해'. 집중할 수 있는 사랑은 서로가 진정한 연인 관계일 때만 가능하다. 화자는 연인을 대할 때마다 왠지 모르게 '숨'이 멎는다. 그의 DNA가 처음부터 연인을 찾아 심장이 뛰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연인에게만 몰입한 사랑의 핵심은 뒤를 '돌아보지' 않는 것이다. 지나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후회'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그가 강조하는 주제어는 바로 오늘이다. 왜냐하면 그에게 자신의 연인은 '영원히/영원히/함께니까'.

김연자가 부른 '아모르 파티'(작사:이건우·신철, 작곡:윤일상)는 돈오점수의 과정을 긍정적 인생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산다는 게 다 그런 거지/누구나 빈손으로 와'. 사람은 '빈손'으로 세상에 나온다. 그 이후 '소설' 속에 등장할만한 자신만의 '한편의 얘기들을' 이 세상에 흩뿌리고 살아간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자신에게 실망'하는 경험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화자는 '모든 걸 잘 할 순 없어'라고 자위한 후 단번에 삶의 이치를 깨닫는다: '인생은 지금이야/아모르 파티'. '아모르 파티(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문구는 독일 철학자 니체가 사용한 명구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불우한 운명을 오히려 적극적인 삶으로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점에서 화자는 '인생은 지금'이라는 돈오를 깨닫고 운명애를 강조한다.

한편 점진적 수행 과정인 점수에 대한 화자의 시각은 분명하다: '나이는 숫자/마음이 진짜/가슴이 뛰는 대로 가면 돼'. 그는 '가슴이 뛰는 대로' 몰입 수행하겠다는 삶의 점수를 선포한다. 생물학적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그래서 원효대사가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를 주창하지 않았던가. 삶은 '지금'이라고 깨우친 화자는 '왔다 갈 한 번의 인생아/연애는 필수/결혼은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는 과거와 달리 연애는 필수 요소이고 결혼은 선택 사항으로 여기는 시대적 경향과 무관치 않다. 노랫말 후반부에 나타난 화자의 긍정 인생 에너지는 '다가올 사랑은/두렵지 않아'라는 확신이다. 즉 그는 삶을 수동에서 능동으로 그리고 '실망'에서 희망으로 진취적 수행 점수 의지를 갖고 실행하겠다고 다짐한다.

미국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솔 벨로의 소설 '오늘을 잡아라'에서 탐킨 박사는 말한다: '오직 현재만이 실재하는 거야. 바로 지금 오늘을 잡아야 해.' '아모르 파티'와 'DNA' 그리고 '오늘을 잡아라'의 공통분모는 지금이다. 이런 점에서 지금 바로 삶의 진실을 먼저 깨닫고 참사랑을 시나브로 수행하는 돈오점수를 실천해봐도 유의미할 듯싶다.

/고재경 배화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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