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월드컵]피말리는 명승부…한국, 극적으로 세네갈 꺾고 'AGAIN 1983'

2019060901000629100030771.jpg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 후반 추가 시간 이지솔이 동점 헤더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연합뉴스

'젊은 태극전사들'이 일요일 새벽을 흥분과 기쁨으로 들끓게 했다.

전후반 무승부에 연장까지 치르고, 마지막 승부차기까지 피 말리는 접전 끝에 얻어낸 값진 승리는 한국 축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로 기록됐다.

정정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의 U-20 축구대표팀은 9일(이하 한국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U-20 월드컵 8강에서 아프리카의 강호 세네갈에 드라마 같은 승리를 거둬냈다.



지난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올랐던 '박종환 사단'의 신화에 이어 36년 만에 거둬낸 '정정용 사단'의 쾌거다. 세계선수권대회는 U-20 월드컵의 전신으로, 한국은 U-20 월드컵에서 36년만에 4강에 오른 셈이다.

이날 세네갈과의 경기는 달아나면 쫓아가고, 뒤집으면 다시 원점으로 돌리는 명승부의 연속이었다.

먼저 골망을 흔든 건 세네갈이었다. 세네갈은 전반 37분 연속으로 이어진 코너킥 기회에서 골대 앞 공방 끝에 뒤로 흐른 공을 카뱅 디아뉴가 왼발로 강하게 때려 선제골을 터뜨렸다. 골키퍼 이광연이 몸을 날렸으나 공은 손끝을 살짝 스치며 왼쪽 골문을 갈랐다.

2019060901000629100030772.jpg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에서 한국이 세네갈에게 선제골을 허용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연합뉴스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한국은 기죽지 않고 세네갈에 맞섰고, 후반 들어 기어이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15분께 세네갈 수비수가 이지솔을 밀어 넘어뜨린 것이 비디오판독(VAR)을 통해 확인되면서 주심이 페널티킥을 선언했고, 이강인이 침착하게 왼쪽 구석으로 밀어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세네갈도 만만치 않았다. 후반 31분 세네갈 바지의 오른발 슈팅이 수비하던 이재익의 손에 맞아 페널티킥이 선언됐고, 세네갈은 니안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켜 2-1로 앞서나갔다.

경기는 치열한 공방으로 9분의 추가시간이 주어졌지만 한국은 막판까지도 동점골을 터뜨리지 못해 애를 태웠다. 하지만 1-2 패배로 끝날 것 같던 경기는 마지막에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후반 추가시간을 1분 가량 남겨둔 절체절명의 시간에 상대팀 왼쪽에서 얻어낸 프리킥을 이강인이 정교한 크로스로 문전을 향해 띄웠고, 이지솔이 달려 나오며 헤딩으로 공의 방향을 절묘하게 튼 것이 세네갈 골키퍼를 넘어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종료 직전에 얻어낸 극적인 동점골이었다.

한국과 세네갈은 연장에서도 주고 받는 드라마를 이어갔다.

먼저 승기를 잡은 것은 한국이었다. 연장 전반 6분 역습 상황에서 이강인이 세네갈 수비수 3명 사이로 귀신같이 찔러넣는 패스를 넣었고, 공을 받은 조영욱이 문전으로 쇄도하며 오른발 슈팅을 날려 골망을 흔들었다.

2019060901000629100030773.jpg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한국과 세네갈전의 경기에서 연장 전반 조영욱이 세네갈 문전으로 쇄도하며 역전골을 성공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연합뉴스

연장 후반 종료를 눈앞에 두고 승리의 환호를 준비하던 한국은 그러나 막판 '일격'을 맞았다. 연장 후반 16분 세네갈 시스가 중앙에서 골대 오른쪽 아래를 향해 날린 오른발 슛이 골대 오른쪽에 꽂히면서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어진 승부차기는 더욱 극적인 드라마였다.

한국은 1, 2번 키커 김정민과 조영욱이 잇따라 실축하며 망연자실했다. 하지만 세네갈의 두번째 키커 음보우도 실축한 덕에 0-1이 됐다.

세번째 키커로 나선 한국의 엄원상과 세네갈 시스가 골을 넣어 1-2로 뒤진 상황. 네번째 키커로 나선 최준도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고, 세네갈은 은디아예의 실축으로 승부가 다시 2-2 원점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다섯번째 키커로 나선 한국 선수는 오세훈. 하지만 오세훈이 오른발로 강하게 찬 공은 세네갈 골키퍼에 막혔다. 하지만 위기 상황에서 행운의 여신이 찾아왔다. 세네갈 골키퍼가 슈팅 전에 골라인을 벗어난 것이 적발돼 경고를 받으며 다시 슈팅 찬스가 주어진 것. 위기를 넘긴 오세훈은 과감하게 정면에 강한 슛을 쏘아 골 네트를 갈랐다. 엄청난 부담감을 안게 된 세네갈의 마지막 키커 디아네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그가 찬 공이 크로스바 위로 날아가면서, 한국은 승부차기에서 3-2로 '드라마에 드라마' 같은 승리를 거머쥐었다.

2019060901000629100030774.jpg
8일 오후(현지시간) 폴란드 비엘스코-비아와 경기장에서 열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8강 세네갈전에서 극적인 승리를 거두며 4강 진출을 확정한 한국 U-20 대표팀 선수들이 한국 응원단과 현지 축구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비엘스코-비아와[폴란드]=연합뉴스

이날 대표팀 막내 이강인(발렌시아)은 1골 2도움의 원맨쇼를 펼치면서 승리의 '수훈갑'이 됐다. 이지솔과 조영욱도 공격에서 활약하며 경기를 이끌었고, 골키퍼 이광연도 위기의 순간마다 침착한 수비로 승리를 견인했다.

이로써 한국은 1983년 이후 무려 36년 만이자 역대 두 번째로 U-20 월드컵(세계청소년선수권 포함) 4강 신화를 다시 일궈냈다.

한국은 이제 오는 12일 오전 3시 30분(한국시간) 에콰도르와 결승 진출을 걸 운명의 승부를 펼친다. 에콰도르는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미국을 차례로 꺾고 올라온 만만치 않은 상대여서 또다시 격전이 예상된다.

/박상일·손원태기자 metro@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박상일·손원태기자

metro@kyeongin.com

박상일·손원태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