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기]포천의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열병합발전소'

갈등의 불만 땐 석탄발전소, 한 치 앞도 안 보인다

이종우·최재훈 기자

발행일 2019-06-10 제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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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장자산단 공장 환경오염 연료 대체 위해 조성
'유연탄' 유해성 비판에도 '경제성' 이유 강행
커져가던 반대여론, 공사장 폭발사고로 '기름'
강경 전환 市 'LNG 교체' 요구하며 승인 미뤄
발전소 "추가비용 5천억 달해" 행정소송 맞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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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에 지어진 열병합발전소(집단에너지시설)가 최근 정식 가동을 앞두고 교착상태에 빠졌다.

발전소는 지난 3월 이미 시험운전을 마쳤지만, 언제 본격 가동에 들어갈지 기약이 없는 상태다.

밖에선 발전소 반대 목소리가 연일 높아지고, 담당 행정기관인 포천시마저 사용승인을 미루고 있다. 시는 발전소가 장기적으로 포천의 자랑이자 후대에 물려줄 환경자원 보존의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견해다.

가동지연 장기화 조짐에 운영사는 당혹해 하며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해결이 쉽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수천억원짜리 발전소가 멈춘 채 막대한 손실을 내는 상황에 시민들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하다.

기업들에 값싼 에너지를 공급해 지역경제발전을 이끌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이 발전소는 어쩌다 시민마저 외면하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게 된 것일까.

장자산단조감도
포천시 신북면 신평리 일대 염색공장 양성화를 위해 조성된 장자일반산업단지. /포천시 제공

# 설립 배경

포천시 신북면 장자일반산업단지에 건설된 열병합발전소는 입주 기업들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집단에너지시설이다.

시설용지 면적은 5만9천㎡이며, 2015년 12월 공사가 시작돼 올해 초 시설공사를 끝내고 지난 3월 시험운전 후 준공을 기다리고 있다.

장자산단은 1990년대 초 이후 이 일대에 우후죽순 밀집한 소규모 영세 염색업체들을 정비한 뒤 양성해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2010년에 조성됐다.

섬유 염색과 가죽 임가공 업종은 열을 많이 사용하는데 업체들은 이를 위해 주로 벙커-C유(고유황 중유)나 폐기물로 만든 고형연료제품(SRF)을 연료로 사용했다. 이들 연료는 값이 싸지만, 대기오염이 심한 단점이 있어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열병합발전소는 이를 대체하기 위한 시설로 총 5천700억원의 민간자본을 들여 건설돼 장자산단과 신평염색집단화단지에 증기와 전기를 공급하게 된다.

연간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증기량만 176만t에 이르는 규모다. 현재 (주)GS포천그린에너지가 운영을 맡고 있다.

# 유연탄 사용 논란

포천 열병합발전소는 유연탄을 주 연료로 사용한다. 이점은 발전소 계획단계부터 지적돼온 문제였다.

유연탄의 운송, 보관, 사용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환경오염 문제가 제기되면서 환경·시민단체 중심으로 반발이 일었다. 환경오염은 물론 천혜의 자연을 자랑하는 도시 이미지와 관광산업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발전소 측에선 유연탄의 경제성을 강조하며 오염방지시설을 강화하겠다는 방안을 내세워 유연탄 사용을 밀어붙였다.

2014년 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환경오염 문제가 일부 제기됐지만, 무난히 통과되면서 묻혀버렸다.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자 시는 2015년 건축허가를 내주게 된다. 앞서 연료교체 방안이 검토됐지만, 사업비 가중이 걸림돌이 됐다.

시마저 발전소 건설에 유화적인 입장을 보이자 반대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유연탄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자료들이 제시되고 반대집회도 조직적으로 진행됐다.

경기도에서 대기배출시설 설치허가가 난 2016년부터 반대여론은 고조됐다. 이때부터 지역에선 '석탄발전소'라는 말이 돌며 발전소 건설에 대한 거부감이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발전소 측은 첨단 환경오염방지시설을 통해 유연탄의 유해성을 충분히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았고 오히려 시민단체들은 오염방지시설로서 유해성을 완전히 해결할 수 없다고 맞섰다.

국회집회
장자산업단지 집단에너지시설의 유연탄 사용을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국회 앞에서 집회를 하고 있는 모습. /포천시 제공

# 악화일로의 반대여론


발전소 건설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단체를 결성, 조직적인 반대운동에 나섰다. 반대여론에 합류하는 시민은 시간이 갈수록 늘고 있다.

반대운동이 한창 고조되던 2017년에는 지역에서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청와대 앞 시위까지 벌어졌다. 급기야 발전소 핵심부품을 운반하는 차량 이동을 막는 바람에 공사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일도 발생했다.

그러던 중 2018년 8월 발전소 공사현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반대여론이 악화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공사 막바지 발전소 내 배관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폭발이 일어나 현장 근로자 1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사고수습 과정에서 보인 운영사 측의 무성의한 태도가 도마에 오르며 반대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갔다.

경기도의회에서는 "상업운행계획을 철회해야 한다"는 강경론까지 나오며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GS포천은 지방노동청의 작업중지 지시가 풀리자 곧바로 보수작업에 착수, 공기 지연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두고 "운영사는 근본대책 마련보다 발전소 가동에만 급급하다"고 비판하며 "발전소의 안전성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3월 GS 본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어 발전소 반대여론을 더욱 확산하고 있다.

발전소 반대운동이 범시민적으로 번지자 시의 입장도 돌아섰다. 그동안 발전소의 기존 운영계획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던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주 연료를 유연탄에서 LNG로 교체할 것을 요구하며 초강경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집단에너지시설
포천 장자산업단지 입주기업들에 열과 전기를 공급할 집단에너지시설(포천열병합발전소). /포천시 제공

# 불투명한 전망


시와 반대 시민들은 운영사가 포천에 시설을 두고 생산된 전력을 산업단지 외에 한국전력에 판매, 본격 영리활동을 하게 될 상황에서 지역 주민에게 전가될 환경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연료를 청정연료로 교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포천열병합발전소의 경우 증기생산량이 주보일러 2기에서 275t/h, 보조보일러 2기에서 125t/h를 생산하며, 전기의 경우 증기터빈 1기가 169.9㎽를 생산하고 있어, 반월이나 구미단지 등 다른 산업단지 내 발전시설과 비교해 대용량 시설에다 유연탄 운송 동선이 시 외곽이 아닌 도심부까지 진입하기 때문에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게다가 유연탄이 대기환경보전법 규정 항목에도 없는 유해물질을 배출할 수 있어 위험성은 더욱 크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발전소가 완공된 상황에서 LNG 연료교체가 이뤄질 경우 추가로 막대한 비용이 발생, 민자사업 자체가 무산될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GS 측이 추산하는 추가비용은 5천억원에 달해 발전소 건설비용과 맞먹는 규모다. GS포천은 현재 사용승인을 미루고 있는 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법정 싸움으로까지 번지면 해결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질 것으로 보인다.

포천/이종우·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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