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의 한국재벌사·111]엘지-19·(끝) 정도경영의 흠집(?)

구광모 체제 넉달만에 총수일가 '탈세혐의'

이한구 기자

발행일 2019-06-11 제14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LG전자, 1분기 영업익 9천6억원
재벌의 4세 경영이 보편화 되는 가운데 LG그룹도 구광모 회장 시대를 열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연합뉴스

2007년부터 수천억원 거래
102차례 '156억원 미신고'
검찰, 14명 약식기소 벌금형
"재벌가 봐주기의 끝판왕"
구인회 직계비속만 70여명

2019061101000633300031032





LG그룹의 '정도경영'을 의심케 하는 사건이 불거졌다.

구광모가 그룹 회장업무를 수행한 지 불과 4개월만인 2018년 9월 28일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최호영 부장검사)가 구 회장의 친부(親父)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과 삼촌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고모 구미정 등 총수일가(특수관계인) 14명과 LG의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2명 등 총 16명을 탈세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LG 일가는 2007년부터 10여년 동안 지주회사인 (주)LG와 LG상사 주식 수천억원 어치를 102차례에 걸친 장내거래를 통해 156억원을 탈세했다는 혐의였다.

>> 보유주식 장내거래


고(故) 구본무 당시 회장과 그의 동생, 사촌 등 총수일가가 각각 보유한 주식을 서로 간에 수천 수십만 주씩 매매해온 것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63조에는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간 지분거래는 거래액(4개월 치 평균가격)에 20%를 할증한 금액(경영권 프리미엄 반영)을 기준으로 양도소득세를 신고해야 하는데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장내가 아닌 장외거래의 경우 매매당사자가 공개되기 때문에 세금할증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검찰은 LG측에서 특수관계인 간 거래 사실을 숨겨 양도세 포탈 및 통정매매 적발을 피하고자 장내거래했다고 단정한 것이다.

통정매매란 매수인과 매도인이 사전에 가격을 정해놓고 장내에서 일정 기간에 주식을 서로 매매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 178조에는 시장을 교란해 부당이득을 취하는 범법행위로 규정해서 통정매매를 금하고 있다.

"LG의 탈세 거래 관행은 2003년 지주회사 전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3년 초에 구본무 전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와 친인척 70여명이 LG 지분 44%를 함께 보유했다.

일종의 가족 공동 소유구조이다. 2018년 9월 현재 LG는 구광모 회장 등 일가친척 30명과 재단 2곳이 지분 45%를 나눠 보유하고 있다.

검찰은 LG가 자체적으로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필수 지분율을 46~48%로 정하고 여기에 해당하는 주식은 외부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특수관계인 간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haojune@hani.co.kr, 2018-10-10)

>> "도의적 책임있다" 지적


검찰은 전·현직 재무관리팀장 2명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불구속 기소하고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등 총수일가 14명은 약식기소했다.

약식기소는 검찰이 피의자에 대해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때 법원에 약식명령을 청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법정형은 벌금형뿐이며 공판절차도 없어 서류만으로 재판이 진행되는데 검찰은 오너 일가 14명이 탈세 목적의 거래를 사전에 인지하거나 혹은 주식매각 업무에 관여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검찰의 LG 기소를 극히 드문 희귀사례로 보고 '재벌 봐주기 끝판왕'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최근 10년간 재벌 총수 및 임직원 탈세 혐의에 대한 검찰의 구형량은 대부분 징역형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LG그룹 경영권의 향배를 가를 수도 있는 엄중한 주식변동에 대해 총수일가의 지시가 없었다니 국민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LG측은 "국세청과 검찰이 과거와는 다른 과세기준을 적용한 때문"이라고 항변했지만 LG 오너 일가는 도의적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재벌의 4대 세습경영이 보편화 될 전망이다. 그러나 갈수록 재벌총수의 특수관계인 숫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지분정리가 모호한 그룹에서는 오너 가족들 상호 간에 경영권 갈등문제가 점차 첨예해질 수도 있어 보인다.

LG의 경우 구인회 창업자의 직계 비속들의 숫자만 70여명인 지경이다. 우리나라도 선진국의 사례들처럼 자연스럽게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는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이한구 경인일보 부설 한국재벌연구소 소장·수원대 명예교수

이한구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