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스토리]옹진군·인천항만공사 '연안여객터미널 개선 방향' 동상이몽

옹진군, "제1국제여객터미널로 옮겨달라"… 인천항만공사, "기존 터미널 시설 보완으로 충분"

김주엽 기자

발행일 2019-06-14 제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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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하루 3천~4천명 몰리는데 좌석 270개 불과
땅바닥 대기·접안 부두 포화 등 낙후 심각

IPA "송도 이전 제1국제터미널 매각 불가피"
郡 "섬주민과 관광객 위해 이전·확장해야"
주민 "개발" 시민단체 "활용" 민민갈등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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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앞바다 섬 주민과 관광객이 이용하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연안여객터미널 이전 문제를 인천항만공사와 인천 옹진군이 갈등을 빚고 있는 것이다.

두 기관 모두 섬 주민과 관광객 편의를 위해 연안여객터미널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안은 전혀 다르다.

옹진군은 제1국제여객터미널 건물을 연안여객터미널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오는 12월 송도국제도시 10공구로 이전할 예정이다.

반면 인천항만공사는 연안여객터미널에 편의 시설을 추가 설치하고,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당초 계획대로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옹진군과 인천항만공사 갈등에 최근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면서 연안여객터미널을 둘러싼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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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이 협소해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성수기 여객선이 결항하자 이용객들이 바닥에 앉아 대기하고 있는 모습. /옹진군 제공

# 옹진군 "연안여객터미널 이전·확장 필요"

연안여객터미널은 인천 내륙 지역과 인천 앞바다 섬을 이어주는 통로 역할을 한다.

연안여객터미널은 이른 아침부터 여객선을 타려는 섬 주민과 관광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지난해 연안여객터미널 이용객은 97만570명이었고, 올 들어 4월까지 24만196명이 연안여객터미널을 통해 인천 내륙과 앞바다 섬들을 오갔다.

하지만 시설이 낙후한 탓에 이용객 불편 민원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주말과 여름 성수기, 명절 때에는 하루 3천~4천명의 사람이 몰리는데, 대합실 좌석은 270개에 불과하다.

기상이 좋지 않아 여객선 출항이 늦어지면 이용객들은 5~6시간가량 서 있거나 땅바닥에 앉아 배가 뜨기를 기다려야 한다.

주차장은 협소하고 대형 버스도 들어가지 못해 연안여객터미널은 불법 주정차와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여객선이 접안하는 부두도 이미 포화상태다. 새로운 항로를 운항하겠다는 사업자가 나타나도 배를 댈 곳이 없다.

옹진군은 "연안여객터미널의 면적은 2천500여㎡로 연간 이용객 수가 60만명에 불과한 전남 목포연안여객터미널(8천여㎡)보다 작다"며 "매일 수천 명의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임에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부대시설이나 공간이 매우 부족해 이용객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고 말한다.

장정민 옹진군수는 지난해 12월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좁고 낙후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다른 지역으로 이전을 앞둔 제1국제여객터미널로 옮겨달라"고 요구했다.

한중카페리가 이용하는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오는 12월 송도국제도시 10공구에 건설 중인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로 이전할 예정이다. 문제는 인천항만공사가 제1국제여객터미널 건물을 민간에 매각할 계획이라는 점이다.

옹진군은 인천항만공사가 매각 계획을 취소하고, 이곳을 섬 주민들을 위해 연안여객터미널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안여객터미널을 제1국제여객터미널 건물로 옮겨야 섬 주민과 관광객이 연안여객선을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연안여객선 대형화·다양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새로운 곳으로 연안여객터미널을 이전·확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옹진군 관계자는 "인천항만공사가 섬 주민들과 공공의 이익을 생각한다면 제1국제여객터미널은 연안여객터미널로 쓰여야 한다"며 "섬 주민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토론의 자리를 만들어 연안여객터미널 이전 타당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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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민 옹진군수는 지난달 30일 국회 정론관에서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제1국제여객터미널 건물로 이전해 달라고 인천항만공사에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옹진군 제공

# 인천항만공사 "기존 연안여객터미널 시설 개선으로 충분"

인천항만공사도 연안여객터미널 시설이 낡고 오래됐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연안여객터미널을 제1국제여객터미널 건물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신국제여객터미널 공사가 시작된 2015년 인천항만공사는 인천시,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중구청, 제1국제여객터미널 인근 주민으로 '민관공 TF(태스크포스)팀'을 꾸렸다.

지역 주민들이 "제1국제여객터미널이 이전할 경우 지역 공동화 현상이 발생해 주변 상권이 침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기 때문이다.

TF팀은 4년여 동안 논의 끝에 제1국제여객터미널과 인천종합어시장 부지를 해안특화상가, 호텔, 주상복합건물 등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주민들과 함께 오랜 협의 과정을 거쳐 제1국제여객터미널 개발 방향을 정한 것"이라며 "이제 와서 옹진군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인천항만공사는 제1국제여객터미널 접안시설이 국제항로를 운항하는 대형 선박을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연안여객선은 사용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제1국제여객터미널에 접안하는 선박 중 가장 작은 배는 인천과 중국 친황다오(秦皇島)를 운항하는 '신욱금향호'(1만2천304t)다.

반면, 연안여객터미널을 이용하는 선박 중 가장 큰 규모의 배는 인천항과 백령도를 오가는 '하모니플라워호'(2천71t)다.

다른 선박들은 모두 600t 미만 소형 선박이다. 연안여객터미널을 제1국제여객터미널 건물로 옮기더라도 추가 시설 설치 없이는 기존 접안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연안여객터미널 접안시설과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오가는 순환버스를 별도로 운행해야 한다.

인천항만공사는 연안여객터미널 시설 개선사업을 통해 이용객 불편을 해소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연안여객터미널 주차장 부지에 주차 공간을 포함한 4층 규모의 복합타워를 건립해 대합실 면적을 1천806㎡에서 4천800㎡로 늘릴 계획이다.

복합타워가 만들어지면 주차 면수도 265대에서 665대로 증가한다. 인천항만공사는 '주차타워 타당성 검토 및 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 중이다.

용역 결과를 토대로 올 연말까지 시설 개선사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복합타워 건립 등 공사를 완료하면 연안여객터미널 시설이 상당 부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1) 반박기자회견
인천 중구 연안동자생단체협의회가 지난 11일 중구청에서 인천항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매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안동자생단체협의회 제공

# 장기화한 의견 대립에 민민 갈등까지

인천 중구 연안동자생단체협의회는 지난 11일 중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1국제여객터미널 부지는 지역의 랜드마크로 만들어 인구 유입을 꾀하고 지역경제 공동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3일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 인천내항살리기연합회 등이 공동성명을 통해 "인천항만공사가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매각하지 말고 연안여객터미널로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에 반박하기 위한 기자회견이었다.

중구 지역 주민들은 제1국제여객터미널을 주상복합 상가로 만들어 상권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단체는 인천 섬 주민과 관광객 편의를 위해 연안여객터미널로 전환·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천항만공사와 옹진군 갈등이 민민 갈등으로 확산된 셈이다.

옹진군과 인천항만공사가 각자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연안여객터미널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될 전망이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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