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 값과 함께… '노년의 삶'도 나락으로

황준성 기자

발행일 2019-06-17 제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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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면 폐지
최근 폐지 값이 폭락하고 올여름 재난수준의 폭염이 찾아온다는 소식까지 겹치자 폐지를 주워 생계를 유지하는 노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초여름 날씨를 보인 16일 오후 수원시 장안구 한 골목길에서 어르신이 폐지를 모으고 있다.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100㎏ 모아 팔아도 7천원 수중에
"종일 다녀도 천원 한장 못 벌어"
道 3840명 생계의존… 지원 절실

지난 14일 오전 수원의 한 고물상을 찾은 김모(75) 할머니는 지난달보다 더 떨어진 폐지 가격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천 원짜리 지폐 세 장밖에 건넬 수 없는 고물상 업주도 표정이 밝지만은 않았다.

그나마 전날 한 대형슈퍼에서 대량의 박스를 내놓아 3천원이라도 벌었다. 온종일 폐지를 모으기 위해 돌아다녀도 천 원짜리 한 장 벌지 못하는 날이 허다하다는 게 김 할머니의 얘기다.

게다가 이제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돼 돌아다니기조차 쉽지 않다. 김 할머니는 "지난해 함께 폐지를 줍던 친구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지금도 누워 있다"며 "천원이라도 벌어야 한 끼라도 먹는데 큰일"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폐지가격은 떨어지는 데 올여름도 재난과 같은 폭염이 예고되면서 폐지수집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기준 폐지(신문지) 가격은 1㎏당 96원이다. 2017년 139원에서 30% 하락했다. 폐 골판지는 81원으로 신문지보다 가격이 내려가고 같은 기간 130원에서 37% 감소했다.

시세는 사정이 더 안 좋다. 고물상에서도 이윤을 남길 수밖에 없어 실제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이 받는 돈은 신문지의 경우 1㎏당 70원 내외, 골판지는 60원 내외라는 게 도내 자재 중간가공업계의 전언이다.

결국 신문지 100㎏을 수집해 고물상에 내다 팔아도 만원짜리 한 장은커녕 7천원 정도만 수중에 얻을 뿐이다.

도내에 3천840여명의 노인이 폐지로 생계를 꾸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원 정책이 절실한 실정이다.

사실 도는 지난 2015년 폐지 줍는 노인들이 가장 많은 안산, 안성, 김포 등 3개 시의 400명에게 월 2만원을 지원하는 정책을 진행했다가 기초연금 등과 중복된다는 정부의 의견에 따라 중단했다.

반면 서울시는 지난해 '폐지 수집 어르신 지원 종합대책'을 마련해 생계·일자리·돌봄·안전 등 4개 부문에서 이들을 지원하고 있어 도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도 관계자는 "종합대책은 없지만 매년 4억4천4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안전장비를 보급하고 있고, 사고 발생에 따른 긴급 복지 및 일자리 연계 등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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