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는 괜찮나"… 커지는 인천 '수돗물 포비아'

김태양 기자

발행일 2019-06-17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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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영종 필터부족 배송 폭주에
강화 10여개 학교 대체급식 불안
다른 지역 시민들까지 공포 확산
정수기·생수 쓰며 식수사용 기피


인천 서구·영종지역의 붉은 수돗물 사태가 최근 강화지역까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 지역이 아닌 지역의 시민들도 '수돗물 포비아(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수돗물 사용에 대한 불신이 인천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동구 송현동에 사는 윤모(40·여)씨는 서구·영종지역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소식을 접한 이후 수돗물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인천 수돗물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수기 물도 한번 끓여서 먹는가 하면, 음식을 할 때는 생수와 정수기 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가장 걱정은 씻는 것이다.

아직 수돗물로 샤워하면서 몸에 이상은 없지만, 아토피 피부질환이 있는 딸을 키우는 입장에서 불안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윤씨는 "이번 수돗물 사태는 서구·영종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인천 전체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지금 당장 피해는 없지만, 동구 쪽으로 오는 수돗물 배관 상태도 좋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수돗물 사용하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미추홀구 도화동 주민 조모(39·여)씨 역시 최근 밥을 짓거나 요리를 할 때 생수를 사용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던 수돗물이었는데, 서구·영종지역 문제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지역은 사용해도 괜찮은가'라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수돗물을 그대로 쓰기는 불안해서 샤워 연수기를 설치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조씨는 "처음 수돗물 문제가 터졌을 때는 다른 구의 일이기도 하고 금방 해결될 거라는 생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지금은 원인조차 모르고 문제도 장기간 해결되지 않고 있어 수돗물에 대한 불신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보름이 넘도록 붉은 수돗물로 피해를 보고 있는 서구·영종지역 주민들은 수돗물 필터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하루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할 정도로 필터 색이 완전히 변해버리는데, 붉은 수돗물 사태 이후 필터 주문량이 급증하면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

한 수돗물 필터 판매업체의 최근 하루 평균 필터 주문량은 1천여건으로 인천 수돗물 사태 이전과 비교했을 때 2배 이상 급증했다.

필터 판매업체 관계자는 "최근 들어오는 주문량의 절반은 인천 서구·영종 지역"이라며 "공장을 계속 가동해도 주문량이 워낙 많다 보니 소비자들에게 배송 지연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영종지역을 중심으로 했던 붉은 수돗물 사태는 최근 강화지역까지 확산하고 있다.

강화교육지원청은 최근 강화읍을 비롯한 선원·불은·양도면 지역 10여개 학교에서 붉은 수돗물이 나온다는 민원이 제기돼 대체급식 등 조치를 취한 상태다.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수돗물 필터 등에서 나오는 이물질에 대한 성분 분석과 정부 합동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이번 문제에 대해 말하기 조심스럽다"며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피해 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붉은 수돗물 의심 신고가 접수되면 바로 현장에 나가 수질검사를 진행하는 등 시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태양기자 ks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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