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희경 作 'Dia-DrawingRoom'. /닻미술관 제공 |
배희경, 이민자의 삶 드로잉·비디오 등 구성
신현정, 날씨에 대한 느낌 회화로 표현
임소담, 작품을 꿈에 비유하는 작업
최은혜, 자신이 경험한 시공간 중간 지점 재구성
20세기 후반 이후 추상에 대한 관심은 점차 사그라졌지만, 그 장르는 미술사에 각인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닻미술관은 이런 '추상'이 현대 미술에서 어떻게 재현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전시를 마련한다.
바로 '온도의 결 The Texture of Temperature'다.
이번 전시에는 배희경, 신현정, 임소담, 최은혜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형과 색을 통해 추상적인 이미지를 구성하고, 이를 회화, 도자, 영상, 설치 등으로 섬세하게 담아냈다.
예술적 감각으로 추상화된 작가들의 이야기는 관람객에게 감정적 온도로 전달되며 새로운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배희경 작가는 이민자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자신의 경험을 작품에 녹여내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작가는 역사적 배경이 전혀 다른 한국, 미국, 인도를 이동해 살면서 축적된 인식들을 드로잉, 비디오, 기타 디지털 기록 방식 등 다양한 시각적 요소로 실험하고, 매체를 넘어서 구현될 수 있는 회화적 표현들에 주력하고 있다.
전시된 영상 작품 '디아드로잉룸(Dia-DrawingRoom)'은 작가가 이민자들과 대화하는 장면을 담은 것으로, 영상 속 모호하게 처리된 사람과 회화적 요소들은 작가의 추상적 감각을 엿볼 수 있다.
신현정 作 'Water and Steel' . /닻미술관 제공 |
신현정 작가는 날씨, 온도 등에 민감하게 체감하는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고 회화로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작가는 회화의 전통적 매체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으로 표현 방식을 확장한다.
날씨에서 느낀 감각을 컬러 스프레이로 캔버스 옆면에 뿌려 표현하기도 하고, 추운 계절 자신의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 차로 천을 염색해 작품으로 직조하기도 한다.
작가가 온몸으로 감각한 일상의 예민한 온도는 이 같은 재현 방식을 통해 관람객에게 다시 촉각으로 전이된다.
임소담 作 'Surface'. /닻미술관 제공 |
임소담은 자신의 작품을 꿈에 비유한다.
모호한 장면으로 이어지는 꿈은 일상, 기억, 생각 등이 흩어져 결코 완성할 수 없는 이야기를 만든다.
꿈과 닮은 그의 작품은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가장 구상에 가깝지만, 사실 감성의 복합적인 비(非)구상 상태를 또렷하게 제시한다.
최은혜 作 'Toned Landscape 4'. /닻미술관 제공 |
최은혜는 일상에서 경험한 시공간의 중간 지점을 포착하고 재구성하는 데 집중한다.
이는 비행기 창문에서 바라본 실제의 모호한 풍경에서 비롯되기도 하고, 특정 색감과 형태로 시공간을 재현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기도 한다.
또한 'Collecting Scenes' 시리즈 등에서는 일상에서 수집한 물질, 비물질적 요소를 기하학적으로 한데 구축하고 자신만의 감각을 표현했다.
삶 사이를 부유하며 스쳐가는 추상적 풍경들은 작가의 시선을 통해 다시 관람객 눈앞에 펼쳐진다.
전시는 다음 달 6일 개막한다. 문의:(031)798-2581
/강효선기자 khs77@kyeongin.com
<저작권자 ⓒ 경인일보 (www.kyeongin.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