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지역언론은 어디로 가라는 것인가

박상일

발행일 2019-06-27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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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지각변동'으로 기반취약 위기 봉착
붕괴땐 지방목소리 단절 중앙집중화 더 심각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 '일반법 전환' 시급
문대통령, 지원·육성 대선공약 지켜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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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 깜깜한 밤길을 지도도 없이 불빛도 없이 걷는 것 같은 상황이다. 누구라도 '이 길이다'라고 앞길을 찾아줬으면 좋으련만, 다들 어려움에 빠져 길을 못 찾고 있기는 매한가지다. 지금 지역언론이 그렇다. 언론이 전반적으로 위기라고 하는데, 기반이 취약한 지역언론은 더 어렵기만 하다.

지역언론을 위기로 몰아간 배경에는 급격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자리해있다. 종이신문이나 지상파 방송 같은 전통의 매체들이 빠르게 독자(시청자)들을 잃고, 모바일을 앞세운 디지털 매체들이 그 자리를 채워가면서 일어난 '디지털 지각변동'이다. 중앙의 메이저 언론사들이 서둘러 대규모 투자를 하며 디지털 환경에 적응하는 사이, 기반이 취약한 지역언론은 선뜻 투자를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다가 위기를 자초하고 말았다. 독자들을 빼앗기다 보니 매체 파워가 약해지고, 그래서 경영이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일부 지역신문이나 지역민방의 경우 벌써 몇 달째 임금이 밀려있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런 지역언론의 위기에 시민사회단체와 언론학계 등도 심각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역언론의 붕괴는 지역의 목소리를 전달할 매체가 사라짐을 의미하며, 민주주의의 기반인 여론 다양성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언론학자들은 미국에서 지역언론의 붕괴가 급격히 진행된 이후, 지역의 특징적인 정치색이 사라지고 중앙의 정치에 휘둘리는 현상이 빚어졌음을 사례로 들면서 지역언론의 위기를 중요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정치와 행정이 이미 중앙에 집중돼 있어서 지역언론이 붕괴 될 경우 중앙집중화 현상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문제는 이 같은 지역언론의 위기에 정부와 정치권이 아무런 대책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지역언론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는데, 지역언론에 대한 지원을 갈수록 줄이고 있는 것만 봐도 정부의 무관심이 드러난다. 실제로 정부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에 따라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조성해 지역신문을 지원해오고 있는데, 지난 2010년 358억 원이었던 기금의 규모가 현재는 8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더구나 기금의 '명줄'을 쥔 기획재정부는 이 기금을 2022년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소식까지 들린다.

기획재정부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폐지하겠다는 것은 한시법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역신문발전지원특별법'의 일몰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 법은 2004년 처음 제정될 때부터 6년이란 시한을 가진 한시법으로 만들어졌다. 지역신문 지원에 인색한 정부와 정치권이 그렇게 만들었고, 이후 일몰이 닥칠 때마다 연장에 연장으로 연명해 왔다. 이제 2022년이면 또다시 일몰이 닥치는데, 이번에 상시법으로 전환하지 못하면 아예 일몰 폐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재부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2022년 폐지하겠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맞물려 있다.

정부와 정치권이 이러고 있는 사이 지역언론은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디지털 관련 투자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으로 몰렸다. 더 미루다가는 독자를 모두 잃고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지역신문의 경우 적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10억원이 넘는 돈이 들어갈 새 시스템을 들여놓고, 대대적인 인력 전환까지 해야 한다. 경영이 악화된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당시 지역언론을 지원하고 육성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지역신문발전지원법을 상시법인 '일반법'으로 전환하고, 지역신문의 디지털 사업 및 재교육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이제 이 약속을 지켜야 할 때다. 더 이상 나몰라라 하다가는 지역언론을 모두 잃을 판이다.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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