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요즘 프로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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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밤, 조명을 가르며 빨랫줄처럼 시원하게 날아가는 백구(白球). "딱" 소리와 함께 일제히 베이스를 향해 달려가는 선수들. 치어리더 손짓에 스탠드를 박차고 일어나는 관중. 여기에 치맥만 있으면, 세상이 모두 내 손안에 있는 것 같다. 야구는 자유분방한 경기장의 분위기와 확실한 게임의 룰, 즉 느슨함과 엄격함이 함께 어우러지는 중독성이 강한 스포츠다. 이를 등에 업고 KBO 리그는 한국인이 가장 즐기는 스포츠로 우뚝 섰다.

오랜만에 야구장에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텅 빈 야구장에, 수준이 마치 고등학교 야구만도 못해서다. 내야수 가랑이 사이로 공이 빠져나가고, 캐처가 투수의 볼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더 놀란 건 선수들의 태도다. 고등학교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이겨야겠다는 결연한 의지라도 읽히지만, 프로 선수들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을 찾을 수가 없다. 결정적인 에러로 점수를 내줘도 그저 '픽' 웃고 만다. 여기에 고질적인 심판의 오심과 어설픈 경기운영으로 비디오 판독 하느라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경기를 지루하게 만들었다.

야구는 '투수놀음'인데 투수의 수준은 더 한심했다. '끝내기 낫아웃 폭투'가 나오는가 하면, 한 이닝에 무려 사사구 8개를 내주며 안타 없이 5점을 주는 경기도 있었다. 팀 간 전력 차가 너무 심해 대승 아니면 대패하는 경우가 많다.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어도 뒤집히는 경우도 한두 번이 아니다. 선수의 자질이 떨어지는 탓이다. 은퇴해야 할 선수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으며 대충대충 야구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을 대체할 새로운 선수가 없다. 선수층은 턱없이 얇은데 구단 수가 10개로 너무 많은 것이다. 우리보다 초· 중 ·고 야구팀이 훨씬 많은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 1953년 양 리그에 각 6팀씩 총 12팀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개막 364경기 만에 400만 관중을 채웠다. 경기당 평균 1만1천23명의 관중이 찾은 셈이다. 지난해 364경기 누적 관중은 442만7천419명이었다. 지난해보다 9% 넘게 줄었다. 누굴 탓할 것도 없다. KBO, 구단, 선수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 자칫 우리 경제처럼 장기침체에 빠질 수도 있다. 이러다 한방에 '훅'가는 수가 있다. 감동이 없으면 프로 스포츠가 아니다. 요즘 프로야구에는 감동이 하나도 없다.

/이영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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