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화성 씨랜드 참사 20주년… '비극의 그 현장'은 지금

'아이들 꿈' 불길이 삼킨 자리… 애도의 흔적은 없었다

김학석·손성배 기자

발행일 2019-06-26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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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비극의 현장'
20년전 유치원생 등 수십명의 인명을 앗아간 화성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 현장의 추모공간 조성사업이 연기되는 등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 사진은 25일 수풀만 무성한 화성시 서신면 씨랜드 청소년수련원 옛터. /김금보기자 artomate@kyeongin.com

옛터, 사람 오간 흔적없이 방치돼
市, 추모공간 계획 내년말로 또 연기
"유족과 협의통해 오래도록 기억"


20년 전 그 날, 엄마 아빠 없이 친구들과 하룻밤을 보내며 아이들은 무척 설레었을테다.

 

20년이 지나 다시 찾은 화성 씨랜드 청소년 수련원 옛터에는 까맣게 변해버린 해바라기만 그 날의 설렘을 기억하고 있다.

25일 화성 서신면의 씨랜드 옛터를 찾았다. 군데군데 시든 해바라기만 처연하게 고개를 숙이고 있을 뿐 사람이 오간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이들이 즐겁게 물놀이를 했을 수영장에는 검은 진흙이 가득했고, 그 위로 성인 남성 키를 훌쩍 넘는 수풀이 무심하게 자라있었다.

버려지다시피 방치된 이 곳은 1999년 6월 30일 새벽에 일어난 화재로 유치원생 19명을 비롯해 23명이 숨진 비극의 현장이다. 그 날 아이들은 불길 속에 꿈을 묻었는데, 수십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의 현장인 것이 무색할 만큼 어떠한 애도의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씨랜드는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지자체의 형식적 관리 감독 속에서 허술한 컨테이너 박스로 된 건물에서 아이들이 뛰어놀았고, 허울뿐인 소방설비와 화재를 진압할 수 없을 만큼 현장 접근이 어려웠던 도로 등 사회 안전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진 참사의 상징이다.

수련원 인허가 과정에서 당시 화성군 공무원들의 비위 사실이 드러났다. 6세 아들을 잃은 전 국가대표 하키선수 김순덕씨는 정부의 무성의한 대응을 성토하며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을 모두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젊었던 부모들은 머리 하얀 중년이 돼 온데 간데 없는 아이를 여전히 그리워하지만, 사회는 무정하게도 이들을 철저하게 잊었다.

화성시는 씨랜드 옛터를 매입해 희생자 추모공간을 만들고 인근에 수련원과 숲속놀이터, 캠핑장을 만드는 '궁평 종합관광지 조성사업'을 올해 말 완공 목표로 추진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시는 이달 씨랜드 옛터를 추모공간으로 탈바꿈하는 안을 포함한 궁평 관광지 조성사업 계획(면적 14만9천867㎡·사업비 740억원)을 내놓았다.

추모공간 규모는 678㎡로 현재 계획상 추모비 건립이 전부다. 결국 조성사업은 2020년 12월을 목표로 또 다시 연기됐다.

화성시 관계자는 "추모공간은 씨랜드가 원래 있던 자리에 마련하고 추모비 건립 비용은 시에서 부담할 것"이라며 "유족들과의 협의를 통해 씨랜드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설명했다.

/김학석·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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