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우리의 오래된 '산업유산' 도시재생을 만나다

정동석

발행일 2019-07-19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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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노동운동의 역사 '동일방직'
박물관·촬영 스튜디오로 활용
'일진전기' 문화·창작공간 조성
고유 개성 살리는 문화벨트로
'동구 재탄생' 정책 지원 필요


정동석 인천시 도시균형계획과장
정동석 인천시 도시균형계획과장
1883년 인천항 개항 때부터 중·동구는 인천광역시의 중심 도시였다. 특히 동구는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 만석동과 화수동 일대 갯벌을 메운 자리에 바닷가를 둘러싼 거대한 산업 벨트가 형성되었다. 이어진 6·25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피란민들이 대거 몰려들어 인구가 늘어났고 1960~70년대에는 산업화와 함께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아 모여드는 도시였다. 1980년대까지도 동일방직과 한국기계공업, 일진전기, 두산중공업, 현대제철 등 대형기업의 성장과 인천항과 관련된 뱃사람, 상인 그리고 대형기업 근로자들의 배후주거지로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2000년대 글로벌 경기침체와 산업 여건변화는 우리나라의 제조업 쇠퇴와 수도권 대규모 공장의 지방 이전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면서 기계·금속 등 전통 제조업으로 구성된 동구의 산업 또한 고전을 면치 못했고 대규모 공장들이 하나둘씩 이전하게 되었다. 또한 인천시 내 신규 택지지구가 개발되면서 중·동구와 같은 원도심 주거지의 노후화가 가속화되었고 동구의 활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동구를 도시재생이라는 돋보기로 들여다보니 근대산업의 배후지로서 전성기는 빛이 바랬으나, 시대상을 품은 오래된 주택가들이 역사와 문화와 함께 살아 숨 쉬고 있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계가 멈춰버린 빈 공장 곳곳에는 여전히 인천시민들의 추억과 향수가 묻어있어 동구는 과거의 역사와 도시의 맥락을 이어주는 기억의 장소로 재평가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상세히 살펴보면 동일방직은 우리나라 최초의 노조 여성지부장을 탄생시킨 여성노동운동의 출발로 1950년대 지은 의무실, 1960년대 건립한 강당, 여공들이 지내던 기숙사 등은 1970년대 '알몸시위' '똥물투척사건'만으로 표현하기에는 벅찬 역사적 현장이었고 일진전기는 옛 공장 건물 형태가 잘 보존되어 있어 최근 영화나 드라마, 광고, 뮤직비디오의 촬영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근대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고 보존된 건축물로부터 역사적 가치와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장소라면 이를 활용하고 미래자원으로서의 가치를 더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천시만의 도시재생계획,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지구단위계획의 수립은 시대적 요구이며 사명이라 생각된다. 특히 동구 만석동, 송현동 일원, 일진전기, 동일방직, 동아원 등의 공장 이전 부지에 대해서는 토지매매를 목적으로 한 이른바 '쪼개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고 역사적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보전해 도시를 활성화하고자 함이다.

이를 위해 동일방직은 여성노동운동의 역사적 가치를 되새긴 여성노동역사박물관·영상촬영 스튜디오로 활용하고 일진전기는 촬영스튜디오를 연계한 문화·창작 공간으로 조성해 근대 산업유산을 활용한 역사·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지역 고유의 역사와 개성을 함께 살리는 도시재생을 통해 괭이부리마을, 배다리 헌책방 거리 등 역사·문화 콘텐츠들과 연계하고, 만석·화수부두 해안산책로 등 자연경관과 어우러지는 문화벨트를 조성해 동구 재생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도록 정책 지원도 꾸준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역사적 가치가 개발 논리에 밀려 수많은 근대 산업유산들이 훼손, 멸실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보전과 개발의 균형을 맞추어 발전할 수 있는 계획을 함께 고민해봐야 할 공간적, 시간적 적기이다. 대규모 공장 이전부지 내 근대건축물을 보전하는 지구단위계획을 마련하여 원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음과 동시에 문화자원이 지역자산이 되고 지역발전에 새로운 바람이 되기를 300만 인천시민과 함께 기대하며 다음과 같은 말로 끝맺고자 한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더라.(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유홍준)"

/정동석 인천시 도시균형계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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