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합창의 즐거움에 대하여

조광한

발행일 2019-07-1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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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남양주 사릉 시민 합창페스티벌' 성황
세대 아우른 13개팀 감미롭고 웅장한 멜로디
주민들 세계적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 기대
축제 통해 이웃사촌간 공동체의식 더 단단


조광한 남양주시장
조광한 남양주시장
2010년에 방영된 KBS '남자의 자격' 합창단을 기억하는 사람은 알 것이다. 인간이 가진 목소리가 한데 어우러질 때 그 아름다움과 감동이 얼마나 큰 것인지. 각자의 삶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소리를 모으고 함께 같은 꿈을 꾸는 것이 얼마나 가슴 떨리는 순간인지를 말이다.

10여 년 만에 합창의 감동을 남양주 사릉(思陵)에서 다시 느꼈다.

지난 6일 단종 비인 정순왕후의 능인 사릉에서는 남양주 사릉 시민 합창 페스티벌이 열렸다. 그날은 마침 정순왕후의 승하일이었다. 승하일에는 항상 비가 내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역시나 가벼운 빗방울이 흩날려 더위를 식혀주었다. 경연을 거쳐 선발된 9개 민간합창단 팀과 시립합창단 등 모두 13개 팀의 공연이 있었는데 유치원 어린이부터 고령의 어르신까지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노래를 선사했다. 무대 위에서 서로 격려의 눈빛을 교환하며, 마음을 맞춰 들려주는 아름다운 목소리는 두 시간 동안 감미롭게 때로는 웅장하게 사릉을 휘감았다.

남양주에는 200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40기의 조선왕릉 가운데 사릉을 포함한, 광릉, 홍릉, 유릉 등 모두 4기의 왕릉이 있다. 특히 다른 조선 왕릉과는 다르게 비교적 도심과 가까운 데 자리하고 있어 접근성이 꽤 좋은 편이다.

하지만 시민들이 왕릉을 자주 찾고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이번 합창 페스티벌을 계기로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생겨나길 기대해 본다. 주민들의 발길과 사랑이 더해질 때 비로소 왕릉은 단순히 왕릉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될 것이고, 후세에도 그 이름을 전할 수 있으리라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합창이 지닌 큰 울림에 주목해보고 싶다. 2003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에스토니아의 합창 축제가 좋은 예이다. 북유럽의 발트해 3국 중 하나인 '에스토니아'에서는 5년마다 성대한 합창 축제가 열린다. 에스토니아 말로는 '라울루피두(Laulupidu)'라고 하는데 '노래잔치'라는 뜻이라고 한다. 최대 2만명까지 오를 수 있는 무대와 8만명까지 수용하는 무대 앞 공원을 합하면 모두 10만명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다. 에스토니아인으로서 긍지를 북돋고 독립국가에 대한 의지를 세계에 천명하는 이 축제는 1896년부터 열렸다고 하니 150년이 넘는 유네스코가 인정한 떼창 축제인 셈이다. 노래는 에스토니아 사람들의 민족정신을 지켜주는 유일한 수단이었고, 이 축제는 인근 국가인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까지 전파되어 발트 3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예전에는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민요가 있었다.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에 따라 어느 지역 사람인지가 드러났다. 축제를 통해 같은 노래를 이어 부르며 지역의 공동체의식은 더 단단해졌다. 우리 남양주시는 신도시 개발로 새로 이사 오는 가구가 경기도 내 시·군 중에서 거의 1, 2위를 다툴 정도로 매우 많다. 남양주가 제2의 고향으로 그리고 자녀들과 함께 쭉 살고 싶은 곳이 될 수 있으려면 여러 가지가 필요할 것이다. 합창도 그중 하나가 아닐까. 다행히도 남양주에는 지역별로 다양한 시민합창단이 활동 중이다.

목소리로 아름다운 멜로디를 들려주는 합창의 즐거움에 푹 빠지면 낯설게 느껴졌던 주민이 어느새 이웃사촌이 되고 자연스레 오래오래 함께 살고 싶은 동네가 되지 않을까. 다행히 가수 뺨치게 노래 잘하는 사람도 많은 세상이니 작은 음이탈쯤은 새로 사귄 이웃들이 아름다운 음색으로 덮어 줄 것이다. 작은 용기를….

/조광한 남양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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