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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종구 환경안보아카데미 원장.
일본은 G20 정상회의가 끝나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나라에 대해 반도체 제조과정에 필요한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는 무역보복 조치를 취했다. 또 추가적인 무역보복도 예고했다. 한·일 분쟁 시 마다 미국은 한·미·일 동맹을 해치는 갈등을 중재해왔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변했다.

먼저 양국 갈등의 도화선이 된 사건을 거론해 보자.

첫째는 징용피해자 보상 문제와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이다. 대법원은 미쓰비시가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1인당 8천만원씩,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겐 1인당 1억~1억2천만원씩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에 대해 일본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피해자들의 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는 주장을 하는 반면, 대법원은 배상청구권은 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지난 2005년 '강제 징용 피해자의 개인청구권은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해찬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합동위원회에서 청구권문제 교섭과정을 검토해 내린 결론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위원회에 참여했었다.



둘째,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가 한일위안부 합의에 따라 설립한 화해치유재단의 해산이다. 이 재단은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의 지원을 위해 일본 정부가 낸 출연금 10억엔을 기금으로 설립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는 2015년 위안부 합의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단 해산을 결정해 지난 7월 3일 해산을 완료했다. 일본은 양국 합의가 없는 해산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미국은 역사적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중재를 해왔다. 독도 문제로 한일 기본협정 체결이 지연되자 1965년 존슨 대통령은 박정희 대통령에게 일본과 공동으로 독도에 등대를 설치해 관리하도록 중재했다. 이때 박 대통령은 독도를 폭파해서 없앨지언정 일본에는 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2008년 부시 대통령은 일본의 로비로 미 지명위(BGN)가 독도를 '한국 영유'에서 '주권 미지정'으로 변경해 양국 간 대립이 격해지자 다시 원상 회복토록 했었다. 또한 2015년 오바마 대통령도 위안부 문제로 한·일 대립이 첨예해지자 "위안부는 끔찍한 인권침해"라며 과거사 문제의 성의 있는 대응을 일본에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미국의 중재에 대해 우리가 명심해야 될 사안이 있다. 독도와 관련해서는 2차 세계대전 종전 협정인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일본의 영토를 혼슈, 홋카이도, 규슈, 시코쿠로 규정하고 일본에 귀속돼야 할 그 외의 도서는 연합국이 결정한다고 돼 있다. 그러한 이유로 1972년 미국이 통치하던 오키나와를 일본에 줬는데도 아무도 반발하지 못했다. 향후 독도와 관련된 분쟁이 발생하면 연합국의 대표인 미국의 의사가 영유권을 좌우할 수도 있다.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도 2015년의 한·일 합의를 미국은 물론 유엔(UN)도 환영한 바 있다. 미국도 환영한 합의를 무시하고 정권이 바뀌자 무효화시켰다면 미국이 한국을 국제관계에서 신뢰할 수 있는 나라로 인정하겠는가. 결론적으로 미국은 한국보다는 일본과 가깝다.

정부는 삼성 등 우리 기업의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으면 전 세계가 손해일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너무 안이한 대응이다. 일본이 100여년 전 '가쓰라·태프트 밀약'을 맺어 대한제국을 병합하지 않았던가. 미국은 현재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50% 정도가 중국으로 수출된다. 중국은 한국의 반도체를 이용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4차산업 분야에서 미국을 추월하려 하고 있다. 일본의 보복조치는 결과적으로 미국의 반도체 산업의 활황을 유도할뿐더러 중국에 치명타를 입히는 효과가 있다. 미국이 침묵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정부는 늦었지만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경제적 실리를 추구할 외교협상을 추진해야 한다. 

/진종구 환경안보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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