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본을 이기는 길, 소재 국산화

강천구

발행일 2019-07-23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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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금속 확보 적극 나선 일본 '소재강국'
'전자재료' 기초분야 기술개발 집중 강화
전략물자 1700개 중 100여개 韓산업 타격
日 노림수 분석하고 '장기적 국산화' 대응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2010년 9월 중·일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 당시 중국이 일본을 상대로 희토류 수출 규제를 한 사례는 일본으로서는 무척 충격적이었다. 중국의 당시 희토류 수출규제는 스마트폰, 에너지 절전형 가전, 차세대 자동차 등 일본의 첨단기술 제품 생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은 중국 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희토류 사용량을 감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 결과 혼다자동차는 희토류 조달문제를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의 모터기술을 확보했다. 도요타자동차는 작년 2월 희토류 핵심물질인 네오디뮴 사용량을 최대 50% 줄여도 종래의 성능을 확보할 수 있는 자석을 공개했다. 중국의 수출규제 여파로 일본 기업들은 거래처 다변화도 추진했다. 이에 따라 일본의 희토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0년 80%에서 2017년 60%로 떨어졌다.

일본에는 창업한지 50년 이상 된 기업이 1천여개나 된다. 그중에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무라타제작소'가 있다. 무라타제작소는 1944년 창업했다. 종업원은 현재 7만 7천500명이다. 21개국에 해외법인이 있다. 이 회사 생산품 중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자랑하는 부품만 6가지다. 노트북 등에 쓰이는 충격 진동 감시센서 부품 점유율은 95%이고 통신회로에 들어가는 세라믹 발진자는 75%, 근거리 무선통신 모듈은 55%, 스마트폰 한 개당 1천여개 들어가는 콘덴서 부품의 점유율은 40%다.

무라타제작소는 이런 부품을 팔아 작년에 사상 최대인 1조 5천750억엔(16조 9천억원)매출에 영업 이익률은 16.9%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그렇다면 무라타제작소의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 무라타는 원료와 설비에서 높은 진입장벽을 쌓는데 집중했다. 주원료인 세라믹을 외부업체에서 조달하지 않고 직접개발 공급한다. 원료와 설비를 만드는 기술이 쌓이니 자연스럽게 기술응용도 수월해졌다.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우리 반도체 제품의 핵심소재인 플루오드 폴리이미드를 포함해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등 3가지 부품에 대해 규제를 한다고 발표했다. 3가지 부품은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포토레지스트(감광액)는 공정 10%에만 쓰지만 없으면 우리 반도체는 궤멸 수준이다. 이들 소재의 원료는 모두 희소금속이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원빈국이지만 오래전부터 산업에 필요한 광물자원을 세계 여러나라에서 확보해 왔다. 희소금속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TV나 카메라, 스마트폰 같은 최첨단 IT제품과 최신 군사무기들은 희소금속 없이는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이 소재강국이 되었던 것은 희소금속 확보에 정부가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정부 지원을 받아 자원 메이저의 프로젝트에 참가해 필요한 희소 자원을 확보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희토류이고 니켈, 망간, 코발트, 리튬, 인듐 등이다. 일본은 자원이 없다는 약점을 강점으로 극복했다. 일본은 기술의 우위성을 자원확보의 우위성으로 전환하는 정책으로 활용했다. 특히 전자재료 기초분야에 대한 기술개발을 집중적으로 강화했다.

일본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전략물자는 1천700여개나 된다. 우리 정부는 이 중 우리산업에 심각한 타격을 줄 핵심물자를 100여개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가 내놓은 제재조치에 대해 우리 정부의 대책은 수출규제 감시, 국제공조, WTO제소, 수출규제 맞불 등으로 요약된다. 그러나 이런 대책은 현재로서는 큰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우리정부는 좀 더 냉철해질 필요가 있다. 맞대응이나 으름장보다는 어디서부터 뭐가 문제였는지 차분히 복기해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실질적 대책과 일본의 노림수와 취약점을 잘 분석해 대응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소재 국산화이다. 정부는 기업, 학계, 연구소 등과 힘을 합쳐 소재 산업 전반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 대책에는 우리 산업에 필요한 광물자원 확보에서부터 신기술개발, 생산, 판매까지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 실천하기를 권한다.

/강천구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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