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놀라운 기부문화의 태동

변광옥

발행일 2019-07-3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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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전에 재산의 95%
사회 환원 밝힌 빌 게이츠 귀감
회장의 기부행위를 보고
사원들까지 따라하는 모습 등
우리 사회도 나눔의 싹 트고 있어


변광옥 수필가
변광옥 수필가
기부문화에 익숙해져 있는 나라는 미국 사회인 것 같다. 그만큼 사회가 안정되어 있고 각종 사회복지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말도 되겠다. 수년 전 미국의 부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회장 빌 게이츠는 죽기 전에 재산의 95%를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내가 받은 선물이 엄청날수록 사회를 위해 값지게 써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이는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모범을 보여주는 사례다. 그가 설립한 재단에서 2014년까지 기부한 금액은 430억 달러가 넘고 있다. 세계 최고의 부호에서 지금은 세계 최고의 기부왕이 된 셈이다. 이렇게 거액을 사회를 위해 써달라고 내놓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분명 이는 경영자의 철학이 담겨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지난달 신문 지상을 통해 미혼모를 위해 써달라고 100억원을 기부한 국내 한 기업인을 보았다. 너무나 놀라운 일이어서 인터넷에 들어가 기부자인 '박한길' 회장을 쳐 보았다. 박 회장은 네트워크 유통사업을 하는 '(주)애터미'의 회장이었다. 기부행위가 이번뿐 만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사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아 180여억원을 기부해 오고 있었다. 홈페이지를 통해 '원칙, 동반성장, 나눔과 더불어 영혼을 경영하라'는 철학이 담긴 미션을 보면서 기업이 날로 발전해갈 수 있음을 느꼈다.

7월 12일 이 회사의 '성공 아카데미'가 일산 킨텍스 전시실에서 있었다. 전국 회원은 물론이고 해외에서 활동하는 회원까지 1만5천여명의 회원이 참석해 세미나를 하고 성공사례를 발표하는 자리였다.

이날 행사의 클라이맥스는 최고 판매회원에게 주어지는 '임페리얼 마스터' 등극이었다. 임페리얼 마스터에게는 10억원의 승급 상금과 각종 혜택이 주어지는 제왕적인 자리다.

두 명의 승급자 중 한 회원이 여자의 몸으로 열세 살 되던 해에, 오빠를 대학에 보내기 위해 공장에서 직공생활을 하며 받았던 봉급을 아버지에게 드리며 생활해왔다는 고된 삶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 시대를 살아온 나도 발표자와 한마음이 되어 동질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그녀는 다시 밝은 표정을 지으면서 그러한 어려움이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목청 높여 열변을 토하며, 이 상금 전액을 사회를 위해 기부하겠다고 천명했다.

일만 오천명의 회원들을 놀라게 한 이 발표를 들으면서 회원 모두가 회의실이 떠나갈 듯한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장내의 흥분을 가라앉힌 후 그녀는 회장님이 100억원을 기부했으니 나는 10억원만 기부해도 회장님과 라이벌이 되지 않겠냐는 농담도 하면서 즐거움을 표현했다. 기부행위란 이와 같이 나눔으로써 즐겁고 행복을 느끼는 것임을 모두가 공감하는 자리였다. 지금까지 우리는 성금은 많이 내보았다. 지난봄에도 동해안 산불로 피해지역 복구에 써달라고 초등학생에서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성금을 냈었다. 성금도 포괄적인 의미로는 기부행위에 해당하리라 생각된다. 그러나 자발적인 기부행위와 묘한 차이를 느끼는 것은 즐거움과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국민으로서 내 책임을 다했다는 생각의 차이인 것 같다.

빌 게이츠는 일천억 달러가 넘는 재산 중에서 일천만 달러만 자식에게 상속하고 나머지는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하였다. 우리도 이제는 기부문화에 눈을 뜰 때가 되었다.

우리 속담에 '왕대그루에서 왕대가 나온다'는 말이 있다. 회장님의 기부행위를 보고 사원이 큰 금액을 기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사회도 미래를 위해 밝은 기부문화의 싹이 트고 있음을 느끼는 자리였다.

/변광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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