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동학대를 방관하는 우리 모두가 가해자입니다

이승지

발행일 2019-07-26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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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례법 제정후 여전히 증가세
재학대로 사망하는 아이 없도록
지속적인 관찰·관리 매우 중요
정부차원 안정적 예산 집행
보호체계 마련 서둘러야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이승지 관장
이승지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최근 '미쓰백', '어린 의뢰인'등 아동학대와 관련된 영화들이 연이어 개봉하면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도 볼 수 있듯, 아동학대는 여전히 우리나라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사회 문제 중 하나이며 다른 이슈들에 비해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에 속한다.

지난 몇십 년 동안 아동학대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해왔으나 관련한 실질적인 법안이 만들어진 것은 불과 5년 전인 2014년이다.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만들어진 이후,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꾸준히 증가하였고 2017 전국아동학대현황보고서 기준으로 3만4천185건을 기록했다. 특례법이 만들어진 이후 5년이 지났으나 여전히 아동학대 사망 사건들은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있으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른 문제들에 밀려 잠깐의 관심 후에 '이슈'에만 그치고 있다. 어떻게 해야 더 많은 아동들이 희생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아동학대는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학대로 사망하는 아동이 없도록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관리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2017년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아동학대현황보고서에 의하면 아동학대 재발생 사례 건수가 2012년 914건, 2015년 1천240건, 2017년 2천160건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아동보호전문기관 상담원들의 사례관리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을 위한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처벌 강화와 함께 학대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학대 피해 아동 가정의 가해자와 보호자들의 교육 및 상담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권한 등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더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반복은 안 된다. 아동학대로 인한 안타까운 뉴스가 언론의 관심을 받을 때마다 실제적인 예방대책을 위한 논의가 이루어졌지만 정책으로 이어지는 데는 늘 한계가 있었다. 이제는 정부 차원에서 복권 기금 등으로 운영되는 아동학대 예산에 대한 편성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의 일반 회계로 전환하여 안정적으로 예산 집행 등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학대피해아동 가정의 사례관리에 관한 법안이 마련되어 학대피해아동의 가족이 상담, 교육 등을 거부할 수 없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사실, 필자가 근무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는 아동보호 통합지원 전문서비스 모형을 적용해 사례관리 전체 단계에서 아동과 가족들이 상담 과정에 참여하고 아동의 보호자는 부모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하여 재학대를 예방하고 학대피해아동이 원가정으로 복귀해 가족의 재결합을 통해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전문적인 서비스도 제도적인 부분이 없어 한계에 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동학대로 벌어진 안타까운 일들을 누구의 탓이라고 전가하는 분위기나 이슈로만 그치는 현상에 머문다면 우리 모두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정부 차원의 제도 마련과 더불어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며 대한민국을 살아가고 있는 아이들이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함께 도와야 할 필요가 있다. 더 이상 재학대로 인해 사망하는 아동들이 없도록 실질적인 아동학대 사례관리 방안과 대한민국 아동보호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좀 더 안전한 세상이길 기대해본다.

/이승지 경기북부아동보호전문기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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