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재량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황성규

발행일 2019-07-17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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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초등학생 아들이 지난달 현충일 즈음 갑자기 장기휴가(?)에 돌입했다. 연휴 사이 끼어있는 평일에 학교를 안 간다는 것이었다. 왜 안 가냐고 물으니 '학교장 재량'이라고 했다. 징검다리 연휴의 이점을 살린 유연한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맞벌이 부부에겐 썩 반갑지 않은 결정일 수 있겠다 싶었다.

얼마 전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를 둘러싸고 교육청 재량 평가가 뜨거운 논쟁이 됐고, 최근 프로야구에서도 경기 막판 심판 재량 비디오 판독을 시행한 부분을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진 바 있다.

재량의 사전적 의미는 자기의 생각과 판단에 따라 일을 처리한다는 뜻이다. 원칙이나 규칙, 규정과 달리 주관적이고 예외적인 개념이다. 재량권을 올바르게 사용하면 융통성으로 이어지지만, 반대의 경우 공정성 논란에 휩싸이거나 명분·핑곗거리로 전락한다.

최근 한세대학교에서 비정규직 교직원 김모(24)씨의 계약해지 사건이 이슈가 됐다. 계약기간을 채운 시점에서의 계약 종료 통보는 언뜻 보면 문제될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평가를 거쳐 정규직 전환이 가능하다는 당초 채용조건과 달리 평가를 생략한 점, 해당 직원과 동일한 조건으로 입사한 다른 계약직 직원은 앞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점 등의 이유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올해부터 계약직의 경우 계약기간만 근무하는 것으로 방침을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학교 재량에 따른 결정이었다. 평가 기회조차 받지 못한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반발했지만, 재량 앞에선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에 한세대 노조가 나섰고, 여기에 시민단체와 시의회 등 지역사회까지 힘을 보태 김씨 살리기에 나섰다. 결국 학교 측은 계약해지 통보 두 달만에 해당 직원을 정규직으로 임용했다. 올해부터 계약직의 정규직 전환은 없다던 방침과 달리, 학교 측이 다시 한 번 재량을 발휘한 셈이다.

재량에도 원칙이 필요하다. 재량은 원칙의 미흡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 원칙의 빈틈을 악용하기 위한 핑계의 수단으로 남용해선 안 된다.

/황성규 지역사회부(군포) 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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