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일본 수출규제에 대한 대처

임종훈

발행일 2019-07-25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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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권협정서 촉발된 강제징용 한일갈등
대법원 '개인피해자 손해배상' 가능 판결
日, 일괄해결 해석… '제3국 중재위' 요구
우리측 외교 노력 '현명한 절충안' 찾아야

임종훈 홍익대학교 법과대학 초빙교수
임종훈 홍익대 법과대학 초빙교수
일제강점기의 강제 징용 피해자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을 계기로 촉발된 한일 간의 갈등이 강대강의 대결구도로 치닫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징용 배상판결과 관련해서 한일청구권협정(이하 청구권협정)에 근거한 중재위원회 구성에 한국 정부가 응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반면에 우리 정부는 일본이 제안하는 제3국 중재위원회는 수용할 수 없으나, 건설적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한 다른 형태의 중재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대외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일본 스스로 천명한 자유무역 원칙에 위반된다는 점 등 그 부당성을 국제사회에서 적극적으로 호소하는 한편, 대내적으로는 국론의 결집을 요구하고 있다.

대내외적으로 일본이 취한 조치의 부당성을 피력하고, 일본 정부가 스스로 수출 규제조치를 철회하도록 하는 노력은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이다.

문제는 우리의 바람대로 일본이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가장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대안을 찾기 위해서 아이디어와 지혜를 모으기 위한 노력이 국내에서 활발하고 자유롭게 전개되어야 한다. 만에 하나라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제기된 주장이 우리에게 불리하고, 일본에 유리하다는 이유만으로 그러한 주장을 하는 사람을 친일파라는 프레임으로 비난한다면, 이는 합리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치명적인 방해가 됨은 물론이고, 종국적으로는 국익도 크게 해치게 될 것이다.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징용피해자에 대한 우리 법원의 배상 판결에서 시작된 만큼, 한일 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1965년 한일 간에 체결된 청구권협정에서 징용피해자에 대한 배상문제가 어떻게 처리되었고, 청구권협정의 해석과 관련하여 분쟁이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하도록 절차가 규정되어 있는지를 확실히 알아야 한다.

청구권협정 제2조에서는 한일 양국은 양국 및 그 국민(법인을 포함) 간의 청구권에 관한 문제가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이 된다는 것을 확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제3조에서는 이 협정의 해석 및 실시에 관한 분쟁은 일차적으로 외교상의 경로를 통하여 해결하되, 이렇게 해결할 수 없는 분쟁은 제3국의 중재위원이 포함된 중재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청구권협정 제2조와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2012년과 2018년(다수의견)에 청구권협정의 체결 경과와 전후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청구권협정으로 한국인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에 일본 정부는 징용과 관련된 일본 정부 차원의 보상 및 배상 문제는 물론 가해자 개인 및 기업 차원의 보상 및 배상 문제도 청구권협정에 의하여 일괄 해결되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권협정 제2조의 해석과 관련하여 한일 양국 간에는 분쟁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청구권협정의 해석에 관해서 분쟁이 있으면 청구권협정 제3조에 따라 일차적으로 외교상의 경로를 통하여 해결하되, 이것이 여의치 않으면 제3국의 중재위원이 포함된 중재위원회에서 해결해야 한다.

한일청구권협정은 살아 있는 국제법규범이다. 우리 마음대로 해석하고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문제의 해결 방향은 분명하다. 현재의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우리 정부는 문제의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현재 우리 법원에 압류되어 있는 강제 징용 일본 기업 자산의 매각 조치를 유보함으로써 일본을 외교의 협상장으로 끌어들이는 한편 양국 간의 갈등과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지혜로운 절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우방인 미국을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진정한 극일(克日)을 위한 길이 무엇인지를 찾기 위한 국민적 역량의 결집이 요구된다.

/임종훈 홍익대 법과대학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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