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행진 나선 시민들-지난 20일 오후 인천 송도국제도시 센트럴파크에서 열린 '화물차주차장 반대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
'송도 화물주차장 반대' 촛불집회
1차 조성예정지 인근 주민단체들
2·3차… 맘카페·'올댓송도' 주도
지역현안 직접 소통의 통로 '긍정'
'휘둘리는 지역정가' 부정 시각도
인천 신도시를 중심으로 이른바 기피시설 조성계획과 관련,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예전과는 다르게 국회나 지방의회 등 지역 정치권보다는 주민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지역 현안의 '쟁점화'를 주도하고, 오히려 정치권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따라가는 모양새가 계속되고 있다.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은 지난 8일, 13일, 20일에 걸쳐 3차례의 촛불집회를 센트럴파크에서 개최했다.
인천항만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송도 9공구 화물주차장 등 이른바 기피시설이 지역에 들어서는 계획에 반대하는 집회였다.
1차 집회는 9공구 화물주차장 조성예정지 인근 주민단체가, 2차 집회는 어린 자녀를 둔 송도지역 엄마들이 모인 맘 카페가, 3차 집회는 송도지역에서 가장 큰 온라인 커뮤니티인 '올댓송도'가 각각 집회를 주최했다.
특히 지역 토박이 없이 모두 외부에서 이주한 주민들로 구성된 신도시인 송도에서 이례적으로 2차 집회 때에만 4천여명이 모여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줬다.
지역 정치인들도 여야 가리지 않고 대부분 집회에 참석해 주민들과 같은 목소리를 냈다.
지난 1차·2차 집회현장에 참석했던 송도의 한 주민은 "보통은 구청이나 국회의원이 먼저 간담회를 마련한 뒤 시간이 있는 주민만 참여해 의견을 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번 집회는 정치권이 부추긴 게 아니라 주민들이 주말에 연 집회에 정치인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목소리를 듣고 대응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주민이 현안에 대한 주도권을 쥐게 됐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주민들이 과거처럼 관(官)이나 정치권을 통하지 않고 직접 지역 현안을 이끌 수 있는 통로가 열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지역 정치권이 지나치게 온라인 커뮤니티에 매몰돼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도 교차하고 있다.
신도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한 주민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지역 정치권은 커뮤니티를 활용한 정치활동에 공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활발한 정치인은 송도가 포함된 인천 연수구을지역구 국회의원인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과 사실상 이 지역 출마를 선언한 정의당 이정미 국회의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고남석 연수구청장도 처음으로 이달 들어 6차례나 '올댓송도'에 직접 글을 올려 각종 현안을 설명했다. 일부 정치인은 꾸준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송도의 한 정치권 인사는 "지역 정치권이 온라인 커뮤니티만 신경 쓴다는 지적도 꾸준히 받고 있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생각하고는 있다"며 "현재로써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송도지역에서 가장 적극적이고 공개적으로 주민의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에 커뮤니티 활동에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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