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범국민 비상협력기구 앞두고 걱정되는 친일 공방

경인일보

발행일 2019-07-22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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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들은 청와대 회담을 갖고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설 비상협력기구를 설치해 범국가적인 대응을 하기로 했다. 일본의 사실상 경제전쟁 선포에 국가역량을 결집해 총력전을 펼치기로 의기투합한 것이다. 실무협의를 서둘러 비상협력기구를 곧바로 출범시키기 바란다. 이 기구를 통해 일본의 기습적인 경제보복에 당황했던 전열을 수습하고 효과적이고 실효적인 대응이 일관성 있게 전개되기를 바란다.

그런데 비상협력기구 구성을 앞두고 걱정스러운 대목이 있다. 점차 심화되고 있는 친일 공세다. 현 상황은 전국민적 반일 감정을 고조시키고 있다. 징용노동자 배상 문제로 촉발된 일본의 경제보복은 억지와 무례로 점철돼 있다. 따라서 정파와 지역과 계층과 세대를 초월해 반일 감정이 확산되고 있다. 바로 이런 시류를 틈타 친일 공세가 전개되고 있다. 일본과의 외교협상을 강조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객관적 사실을 열거하면 곧바로 친일파로 몰리기 십상이다.

이미 각종 SNS 매체가 친일 공방으로 얼룩져 국론이 양분된 상황에서 급기야 공당의 원내대표가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21일 자유한국당을 향해 "한국당이 한일전에서 백태클 행위를 반복하는 데 대해 준엄히 경고한다"면서 "우리 선수를 비난하고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그것이야말로 신(新)친일"이라고 밝힌 것이다. 추경안 비협조가 한국을 향한 백태클인지, 어느 일본 선수를 찬양했다는 것인지 모호하지만 제1야당을 향해 '신친일'로 규정한 것은 무서운 일이다. 같은 당의 대통령과 당대표가 야당들과 대일 비상협력기구 설치에 합의한 마당에, 핵심 구성원인 제1야당을 이런 식으로 규정하면 어쩌자는 말인가. 신친일파를 포함한 범국가 비상협력기구 설치는 가능한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원내대표는 한일 경제전쟁이라는 비상상황에서 한국당 등 보수야당측이 사태의 촉발 책임을 현 정부의 부실외교에 지우려는 태도와 추경에 비협조적인 자세가 아쉽고 못마땅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통령이 국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낸 대일(對日) 거국비상협력기구에 이런 식으로 찬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 일이다. 현 국면은 모든 국민이 반일 투사이다. 다만 항일, 극일의 방법론은 다를 수 있고, 달라야 하며,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가용해야 할 상황이다. 내부에 총질하는 친일공세는 그 자체로 친일 행위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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