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찔레꽃

권성훈

발행일 2019-07-23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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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와 꽃이

위태롭게 나란히



적의와 관능이

부딪칠 듯 나란히



울음과 웃음을

한 가지에 머금은



모순의 향기

하얀 찔레꽃.

허영자 (1938~)


권성훈(새사진201901~)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누구나 살고 있지만 아무도 그 실체를 정의할 수 없는, 이 세계는 '불합리의 집합소' 같은 것. 가령 섞일 수 없는 것이 섞여 있기도 하고, 섞여야 하는 것이 섞여 있지 않은 이곳에서. 스스로의 빛깔을 가지고 얽히고설키어 공존하는, 세계 안은 당신이 아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게다가 알수록 모르는 배반처럼 아이러니 한, 넓이와 깊이를 가졌다. 어디서나 잘 자라는 찔레꽃처럼 '가시와 꽃이 위태롭게 나란히' 피어나는, 이 땅은 그야말로 '상반의 꽃밭'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고독'이라는 꽃말을 가진 찔레꽃은 스스로 몸에 돋아난 가시를 가지고 상처를 새기며 살고 있는, '고독한 당신'에 대한 '양면의 얼굴'일 수도. '적의의 가시'와 '관능의 꽃'을 서로 부딪치면서 '울음과 웃음'을 머금고 있듯이, 막 피어난 '하얀 찔레꽃'같이 오늘이라는 하루도 '모순의 향기'에 취하여 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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