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 경제보복에 러 영공침범, 시험대 오른 대한민국

대한민국이 주변 강대국들의 기습적인 도발에 잇따라 노출되는 비상한 국면에 국민적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사태가 국제적으로 확산된 23일 러시아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했다. 긴급 출격한 우리 공군이 수백발의 경고 사격을 하고서야 3시간여만에 쫓아냈다. 또한 이날 북한은 전략 잠수함 건조사실을 공개했다.

러시아 군용기 영공 도발 사태는 그 양상이 심각하다. 처음엔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2대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을 합동 침범한 이후 러시아 군용기 1대가 우리 영공인 독도 상공을 두 차례나 침범한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KADIZ에 진입한 것은 물론 다른 국가 군용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한다. 방공식별구역은 각국이 설정한 최소한의 영공방위 전초선이다. 이를 넘은 것만 해도 도발인데, 러시아 군용기는 아예 영공을 침범했으니, 이는 비난을 감수할 만한 모종의 저의가 있다고 봐야 한다.

일각에서는 중·러 군용기의 동해 기습 기동과 북한의 잠수함 건조 사실 공개를 한데 묶어 다음 달 5일부터 3주가량 실시되는 한미연합훈련을 겨냥한 대미 압박성 '무력시위'라고 분석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번 한미연합훈련은 예전에 비해 대폭 축소돼 국내 보수진영으로부터 도상훈련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을 정도다. 대규모 병력이 동원된 과거 한미군사훈련 때도 없었던 기습적인 중·러 공동 도발은 두 나라의 한반도 전략에 중대한 변화가 있음을 시사한다.



일본의 경제보복, 중·러의 공동도발 및 러시아 영공 침범 등 대한민국을 향한 주변 강대국들의 전례 없는 도발이 이어지는 현재의 국면은 비상하다. 한·미·일 동맹의 한축이었던 일본의 경제도발도 당황스러운데, 중·러의 합동 영공침범으로 그동안 믿어왔던 두 나라와의 선린우호 관계를 근본부터 의심해야 하는 지경이 됐다. 여기에 자국 이익만을 앞세우는 트럼프 미 행정부는 대한민국을 혈맹으로 인식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이 흔들리는 가운데 북·중·러 동맹이 그 틈을 치밀하게 파고드는 한반도 정세변화 속에서 대한민국의 국운이 시험대에 오른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한민국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갈수록 불온해지는데 국내는 정치권의 갈등이 임진왜란과 구한말의 당쟁과 정쟁을 연상케 할 정도로 퇴행적이다. 말로만 거국, 범국민을 외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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