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익의 '스타트업']페르소나

주종익

발행일 2019-08-05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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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하지 않는 인물이지만
제품 개발해 팔기 위해선
현존할 수 있게 만들어야
극소수 스타트업들만 작성하는
우리 현실 매우 안타깝기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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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 에버스핀 감사
이병철(삼성), 정주영(현대), 구인회(LG)는 우리나라 경영의 신이다. 일본은 마쓰시타 고노스케(마쓰시타), 혼다(혼다), 이나모리 가즈오(교세라)를 경영의 신으로 꼽는다. 아메바는 단세포 분열을 통해 자기와 똑같은 분신을 만들어 낸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아메바 경영으로 유명하다. 자기와 똑같은 사람을 복제한다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손오공은 자기의 털을 뽑아 손바닥 위에 놓고 훅 불어 똑같은 손오공을 만들어낸다. 한 명의 가상 고객을 만들어 그 고객을 똑같이 아메바나 손오공처럼 복제할 수만 있다면 그 가상의 고객을 만들어 내는 일은 대단히 환상적인 일이 될 것이다. 이 가상의 고객이 페르소나이다(영어로 Persona).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전형적이고 보편적이며 일반적인 가상의 나의 고객을 말한다.

페르소나란 말은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유래되었다는 얘기에서부터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이 심리학 용어로 사용했다는 이론에 이르기까지 어렵기도 하고 사람마다 분야마다 의미하는 바가 시대에 따라 다르다. 예술계에서 쓰는 의미와 기업이나 회사에서 말하는 페르소나의 현대적 의미는 사뭇 다르다. 디자인 싱킹이나 스타트 업에서는 고객의 문제점이나 불편함이나 고통을 해결하는 문제해결 도구의 일환으로 사용한다.

왜 세상에 존재하는 고객 대신 가상의 페르소나를 창출해내는 걸까? 예를 들어보자. 신제품을 개발할 때 목표 고객을 마음속에 그리는 모습은 모든 이해 당사자가 다르기 때문이다. 사장은 A라고 생각하고 개발 이사는 B라고 생각하고 개발담당자는 C라고 생각하고 이 제품을 팔아야 하는 마케팅 이사는 D라고 생각한다면 생각이 중구난방이라 제대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제품을 개발하기는 불가능하다. 조직원의 수만큼 다른 생각이 존재하게 될 것이다. 공통의 정확한 표적이 설정되어야 문제 파악의 일관성도 있고 정확한 해결책을 만들어 과녁의 정중앙을 맞힐 수 있다. 모든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지양해야 한다. 또 하나의 이유는 커뮤니케이션의 중요한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 보면 의심나는 일이나 혼란스러운 일이 수도 없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때마다 관련되는 모든 사람을 찾아다닌다면 큰 혼란과 계획의 지연을 피할 수가 없다. 미리 페르소나를 명확히 해놓으면 이 내용만 참고하는 것으로 의문을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페르소나를 어떻게 작성하는지 그 구조(Framework)를 생각해보자. 정해진 규정은 없다. 고객이 사지 않고는 못 배기는 필수품(Must Have)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요소들을 회사에 맞게 구성하면 된다. 대략 기본적인 사항을 예시하면 1.가상의 이름/이미지 또는 캐리커처 2.인생의 목표/꿈/바람 3.성격/특성/특이점/극단성/습관/취미 4.직업/수입/지출/소비성향 5.학력/성별/인종/지역/연령대 6.문제의식/갈등/욕망/고통/불편함 7.일상생활/사용 도구/기기/수단 8.하루/주/월/년의 주요 일상생활 모습 등이다. 한 장짜리도 좋고 서너 장짜리 상세 본 또는 설명서는 필요에 따라 업무 당사자들이 혼란을 방지하는 범위 내서 자율적으로 작성하면 된다.

페르소나에 대한 오해가 꽤 있다. 페르소나를 작성하라고 하면 주변에 있는 사람 중에 비슷한 사람이나 연예인 정치인 등을 상정해놓고 작성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페르소나는 실존 인물이 아니다. 실존 인물을 작성하면 보편성이 없게 된다. 그러나 잊으면 안 되는 것은 현존하지는 않지만 현존할 수 있어야 하는 인물이다. 왜냐하면 결국 우리가 제품을 팔아먹는 것은 현존하는 인물이지 외계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페르소나는 한번 작성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지속적으로 기업의 성장과 혁신의 목적에 따라 수시로 현실에 부합하는 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한다.

눈을 감고 고객의 모습이 머릿속에 선명히 그려진다면 페르소나는 잘 만들어진 것이다. 그러나 제품이 잘 팔리는 것과는 별개이다. 페르소나의 콘텐츠(내용)가 나의 고객을 잘못 설정했다면 당연히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 극소수의 스타트 업들 만이 페르소나를 작성하는 우리 현실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주종익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대표멘토 에버스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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