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꽃

권성훈

발행일 2019-07-3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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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오래 너를 바라보고 싶다



팔을 들어

내 속닢께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오래오래 서 있으면



거리도 없이

너는 내 마음에 와 닿아

아직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

무량하게 피어올라



나는 네 앞에서

발이 붙었다.

신달자(1943~)


권성훈(새사진201901~)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우리의 일상에서 바라만 봐도 좋은 것이 있다. 누구의 소유도 아니지만 아무나 소유할 수 있는 그런 것. 들녘에 피어난 꽃처럼 탐욕 없이 마주할 때, 한아름 마음속 주인이 된다. 욕망을 제거하고 세계를 바라보면 세계로부터 해방되면서 자유로워지는 것같이, '순수'하게 산다는 것은 '더' 가지는 것에서 '다' 가질 수 있는 방법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꽃을 꺾는 순간 꽃은 이미 꽃이 아니면서 꽃이 된다. 전자의 꽃은 모든 이들을 위한 것이 되지만 후자의 꽃은 어느 특정한 이를 위한 것일 뿐. 그것은 경계 없는 것의 경계를 스스로 만들면서 갈등을 초래하는 원인이 되는 것. 당신에게 어쩔 줄 모르는 사랑이 있다면 사랑하는 크기만큼 성긴 '그림자를 밟는 거리쯤에서 바라보라' 또한 사랑하는 깊이만큼 '팔을 들어 손이 닿는 그 거리쯤에 있어라' 그리하면 '오래오래' 가 닿은 사랑은 '거리도 없이' 와 닿아 '터지지 않는 꽃망울 하나'로 '무량하게 피어올라' 갈지니.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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