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높아지는 동물사랑, 후퇴하는 인간관계

전재학

발행일 2019-08-16 제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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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위에 애완동물' 느낄때 많아
그만큼 '인간 소외' 현상 커져
귀하게 대접받는 시대 웃프기만
지나친 애정, 정작 사람에겐 '소홀'
'사람끼리 소원' 바람직하지 않아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오늘도 새벽 3~4시경에 잠에서 깨었다. 아파트단지 곳곳에서 울어대는 고양이 울음소리에 눈을 뜨게 된 것이다. 1년 사시사철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지만 유독 요즈음에 고성으로 울부짖는 애절한 울음이 유난하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지금은 출가하여 미국에 살고 있는 딸아이가 생각난다. 소리 소문 없이 사춘기를 지나며 부모 속 한번 불편하게 하지 않던 딸이 고3 시절, 매우 민감한 의식상태로 하루하루 힘들게 학교생활을 하던 때다. "아빠, 고양이 울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어요"라고 하소연을 하였다. 누렇게 얼굴이 뜬 고3 수험생의 애환을 아는지 모르는지 속절없이 울어대는 고양이가 야속했다. 곤한 잠을 깨우고 신체의 리듬을 망가뜨릴 때 딸아이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푸념을 한 것이다. 아이가 숙면을 취하도록 도움이 되지 못하던 부모의 무기력을 감수해야 했다. 세월이 흐른 지금도 딸아이가 생각날 때마다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이다.

'주객전도', '본말전도'라는 말이 있다. 진짜 중요한 것과 사소한 것이 뒤바뀌어 헷갈리는 상황을 일컫는 말로 이해한다.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워'라는 말도 있다. "인간은 수단으로 대우하지 말고 목적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칸트의 말도 가슴을 울린다. 모두가 인간의 소중함을 언급한다. 그런데 요즘은 '사람 위에 애완동물이 있지 않은가'하고 느낄 때가 많다. 실내든 실외든 어디를 가나 애완동물이 귀하게 대접받는 시대를 탓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찌 보면 웃프기도 하다. 그만큼 '인간소외' 현상이 전례 없이 큰 까닭이기도 하다.

어느 날 동네 공원을 산책하던 중, 애완견을 데리고 나온 한 여성이 자신의 개에 접근하여 별생각 없이 발길질을 하던 어린아이를 보고, 불같이 화를 내며 어른답지 않게 아이에게 욕을 해대고 급기야는 아이 부모와 싸움이 일어났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뒤끝이 개운하지 않은 것은 아이가 개보다 못하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되어서다. 그뿐이랴. 개를 유모차에 싣고 다니는 사람을 자주 목격한다. 처음에는 아이가 궁금해 들여다봤다가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이제는 여기저기서 익숙한 모습에 그러려니 한다. 많은 사람들이 애완동물을 가슴에 품고 옛날 아이를 키우듯이 돌아다니는 모습도 흔하게 발견된다. 심지어는 최근에 부모가 돌아가셨을 때 울지도 않던 이웃사람이 집에서 키우던 개가 죽었다고 통곡을 하던 모습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전설이 아니다. 애완동물 화장터에서 고이 화장하고 유골을 집에 보관하는 이웃도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 사는 딸 부부는 1년에 한 차례씩 한국을 다녀간다. 귀국 전에 한국의 동물보호협회와 연계하여 유기견을 미국에 입양하도록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들의 짐도 관리하기 어려운데 두 마리의 입양견을 인천공항에서 인도받아 미국의 댈러스공항까지 배달하고, 미국인 입양인에게 인도하는 모습을 생각하면서 필자는 몇 년 전에 즐겨 먹던 음식을 중단하고 아이들의 뜻을 소중하게 받들기로 결심했다.

사람끼리 정을 나누기 쉽지 않은 현시대, 사람에게 절대적으로 순종하며 귀가 시에는 제일 먼저 반가움을 표현하는 애완동물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 그러나 지나친 동물사랑으로 정작 인간에게 베풀고 나누어야 할 사람의 도리가 오히려 소홀해지고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으로 사람끼리 소원해지는 인간관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유모차에 동물을 태우고 다니는 사람들. 길거리 모퉁이에 앉아 구걸을 청하는 걸인이나 노숙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거나 적선을 베푸는 행위도 소중하다. 인간은 그 무엇보다 귀중하고 최우선의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전재학 인천 제물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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