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한일무역전쟁과 아베 정권의 책략

김창수

발행일 2019-07-3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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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합의 무력화·강제징용배상 등 불만
韓 국론분열 유도 정권교체 바라는 모양새
우리가 소재 국산화 성공땐 일본도 큰 타격
日 경제예속 벗어날 근본적 대책 '몰입'할때


김창수-새프로필 사진2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한일간 무역전쟁이 악화일로이다.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소재의 수출규제에 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법령 개정을 즉각 강행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품목의 수출 절차를 대폭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본이 전략물자를 가지고 경제보복을 확대할 경우 한국은 군사정보공유협정인 지소미아를 파기하는 것으로 결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자국의 제품 판매를 막아 우리 경제의 숨통을 죄겠다는 일본의 수출규제는 '자해 공갈'의 수법과 흡사하다. 일본 무사들의 할복이나 악명높은 가미가제 특공대의 자살공격처럼 자신을 파괴하면서 상대방을 굴복시키려는 일본 스타일이다. 일본의 책략이 단기적으로는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보수표 집결을 노린 카드라고 보는 것은 사태의 일면만 본 것이다. 한국을 경쟁국가로 규정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헌법개정을 통한 군대의 부활이라는 일본 우익의 정치적 목표 때문이다.

아베 책략의 목표 중의 하나는 한국의 정권교체이다. 한국의 국론분열을 유도하고 눈엣가시 같은 문재인 정권에 타격을 가함으로써, 향후 정권교체까지 내심 기대하는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가 합의해준 '위안부 합의'를 무력화하고 한국의 대법원이 강제징용배상 판결을 내렸는데도 '적극적' 대응을 취하지 않고 있다고 간주하고 있다. 비핵화협상과 남북정상회담으로 북미, 남북간의 관계가 급진전 과정에서 일본이 느끼는 소외감도 작용하고 있다. 북일관계는 첫 단추도 꿰지 못한 아베 총리로서는 이래저래 불만이다. 한국경제가 장기불황의 일본경제를 추격하고 있다는 불안의식도 한 원인이다. 불황의 원인을 외부에 전가하고, 실패한 아베노믹스의 면죄부까지 만들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아베 총리는 한국 대법원이 내린 일본 전범기업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해 한국정부가 적극적 대응 방안을 가져오면 협상하겠다고 공언했다. 한국이 대법원의 판결을 수정하거나 철회하기 어렵다는 사정을 알고 있다. 일본은 타협 없는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대화와 협상이 아니라 보복과 역보복, 추가보복의 악순환을 거듭하다가 최악의 상황에서 협상의 문은 열릴 것이다. 현단계에서 한국이 굴복 외에 일본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 낼 카드가 없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보복의 배경이 단순하지 않으며 일본 우익과 아베 내각의 집권 전략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입체적인 대응전략을 가져야 한다.

다만 일본의 경제보복이 한국과 세계 경제, 마침내 불황에 시달리는 일본 경제도 위태롭게 하는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전망은 유효하다. 한국 반도체 생산의 차질은 세계 각국의 경제로 확산되고 일본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만약 한국이 반도체 소재의 구매를 다변화하거나 국산화까지 성공한다면 일본의 소재 산업은 최대 판로를 잃고 치명적 타격을 받게 된다. 미국도 결국 개입해야 한다. 아베정부가 벌이는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최대수혜자가 되는 것은 미국에게는 또 다른 재앙이기 때문이다.

한일 무역전쟁에서 시간은 한국의 편일까? 국력을 총동원하여 한일무역 역조의 주범인 부품산업의 자립화 계획을 추진하는 것이 전제된다면 전화위복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이 늘면 일본산 부품수입을 늘려야 하는 구조이다. 최근 10년간 누적된 대일적자만 307조가 넘는다. 한국이 수출로 번 돈을 고스란히 일본에 바치는 과잉의존 구조 때문에 우리 경제의 숨통을 일본이 쥐고 흔드는 상황이 초래된 것이다.

한일간의 무역역조를 바로잡기 위한 장기 계획을 세우고 경제 예속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수립에 '몰입'할 때다.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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