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축구 자본주의와 No-Show

임성훈

발행일 2019-08-01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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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자본주의'의 저자 '스테판 지만스키'는 "축구의 성장은 시장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순수한 사례"라고 했다.

이에 대한 설명을 요약해 본다. "현대에 들어서면서 수입이 증가하고, 여가 시간이 늘고, 세계화가 진행되고, 방송 기술이 발달하면서 스포츠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 여기에는 스포츠 스타의 인기가 높아진 것도 한 몫 했다. 스타플레이어도 수많은 추문을 일으키지만 은행가나 CEO, 정치인과 달리 스포츠 선수의 성적은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스포츠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사람이 증가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본 건 축구다. 축구에 버금갈 만큼 세계적 주목을 받는 스포츠는 없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갑을 열기 시작했을 때 축구는 그 돈을 잘 받기만 하면 됐다. 이 모든 일이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규제 없이 일어났다."

이렇게 갈무리를 하고 보니 한 장면이 떠오른다. '호날두 노쇼(No-Show)' 사건이 벌어진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풍경이다. 호날두는 객관적 실력으로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스포츠 스타다. 여성편력으로 인해 크고 작은 스캔들이 불거지기도 했지만 화려한 개인기로 전세계 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 그를 보기 위해 국내의 수많은 축구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관객들이 무려 60억원을 냈는데, 주최측은 그 돈을 지만스키의 표현대로 '잘 받기만' 했다.

이러한 정황을 빗대 상암에서 지만스키의 이론이 입증됐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어쨌든 지만스키가 문장 마지막에 지적했듯이 '이 모든 일이 아무런 계획이나 준비, 규제 없이' 일어나다 보니 결국 사달이 났다. 당시 경기를 관람한 관중들이 경기 주최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 소장을 인천지법에 제출한 것이다. 인천을 시작으로 앞으로 유사한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개인적 견해임을 전제로 이번 사태를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해본다.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의 원칙을 따른다. 수요(호날두가 뛰는 것을 보는 것)와 공급(호날두가 실제로 뛰는 것)이 불일치하는데도 일방적으로 수요공급 곡선을 그려 입장료만 받아 챙긴 것은 시장경제를 훼손한 것이다. 그래서 이번 소송은 시장을 교란한 외국의 거대 축구자본을 향해 국내 축구팬들이 옐로카드를 꺼내 든 것에 비유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자본주의 법정에서 어떤 결론이 나올지 궁금하다.

/ 임성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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