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 55초29' 양예빈, 올림픽金 밀러-위보 15살 때보다 빠르다

2016년 리우 金 밀러-위보의 15살 최고 기록은 55초52
"17세 이후 아시아 선수 성장 더디다"는 한계 뛰어넘어야

연합뉴스

입력 2019-08-01 13: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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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동안 멈춰 있던 한국 여자 중학생 400m 기록을 바꿔놓은 양예빈(오른쪽)과 김은혜 코치. 양예빈은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 중학교 400m 결선에서 55초29로 우승했다. /연합뉴스=김은혜 계룡중 육상부 코치 제공

현재 세계 육상 여자 400m는 쇼네이 밀러-위보(25·바하마)의 시대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400m 금메달리스트(49초44) 밀러-위보는 올해도 49초05로 이 종목 세계랭킹 1위를 달린다. 2018년 48초97로 1위였고, 2017년에도 49초46으로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29년 동안 멈춰 있던 한국 여자 중학생 400m 기록을 바꾸며 한국 육상의 희망으로 떠오른 양예빈(15·계룡중)은 "아직 밀러-위보의 경기를 본 적은 없다. 세계적인 선수 중에서는 앨리슨 펠릭스(34·미국)를 가장 좋아하고, 영상을 많이 봤다"며 "그 선수들은 나와 너무 격차도 크고, 먼일 같아서…"라고 했다.

아직 어린 양예빈은 세계적인 선수와의 비교를 부담스러워한다. 현실적으로 아직 넘어서야 할 또래의 아시아 선수도 많다.

그러나 양예빈의 성장 폭은 '세계무대에 서는 한국 여자 육상 단거리 선수'의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양예빈은 7월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 중학교 400m 결선에서 55초29로, 1990년 김동숙이 작성한 종전 여자 중학생 기록 55초60을 29년 만에 0.31초 단축했다.

이날 양예빈이 기록한 55초29는 올해 성인을 포함한 한국 여자부 전체 2위 기록이기도 하다.

양예빈의 다음 목표는 54초대 진입이다. 이후에는 한국기록 수립(53초67)까지 노린다.

◇ 양예빈, 아시아 18세 이하 랭킹 7위…2004년생 중에는 최고 = 양예빈의 기록은 아시아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18세 이하, 20세 이하, 성인 등 3부문으로 기록을 정리한다.

2004년 3월 16일에 태어난 양예빈은 18세 이하 아시아 여자 400m 랭킹 7위로 올라섰다. 양예빈보다 좋은 기록을 가진 6명은 모두 2002년, 2003년생이다.

세계주니어 상위권 선수들과는 격차가 있다. 양예빈은 18세 이하 세계 여자 400m 랭킹 공동 95위다. 2004년 이후 태어난 선수 중 양예빈보다 빠른 400m 기록을 보유한 선수는 12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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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예빈이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제40회 전국시도대항육상경기대회 여자 중학교 400m 결선에서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한육상연맹 제공

하지만 양예빈의 기록은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양예빈의 400m 개인 최고 기록은 57초51이었다. 1년 사이에 양예빈은 무려 2초22를 단축했다.

초등학교 때 멀리뛰기, 세단 뛰기를 하다 중학교 1학년이던 2017년부터 트랙 종목에 뛰어든 '짧은 경력'을 고려하면 양예빈의 성장은 더 놀랍다.

◇ 밀러-위보의 15살 400m 기록은 양예빈보다 0.23초 느려 = 400m는 매우 고통스러운 종목이다. 100m와 200m는 고통을 느끼기 전에 레이스가 끝난다. 800m부터는 속도를 조절해서 뛴다. 그러나 400m는 꽤 긴 시간을 전력으로 달려야 한다.

그래서 세계적인 선수들도 12∼13세 이후에 400m에 도전한다.

최강자 밀러-위보, 미국이 사랑하는 육상 스타 펠릭스, 나이지리아에서 태어나 바레인으로 귀화한 '단거리 천재' 살와 나세르 등 여자 400m를 주름잡는 스타들도 100m, 200m에서 '단거리용 근육'을 단련한 뒤, 400m에 힘을 쏟았다.

이들 모두 기록이 급격하게 상승한 순간이 있다.

밀러-위보의 15살(2009년) 400m 최고기록은 55초52였다. 현재 15살인 양예빈의 최고기록 55초29보다 0.23초 느리다.

그러나 밀러-위보는 16살이던 2010년에 52초45로, 1년 사이 3초07을 단축했다. 그는 21살이던 2015년에 생애 처음으로 49초대 진입(49초67)에 성공했고, 이후 매년 49초대 기록을 작성했다.

펠릭스는 17살이던 2002년에 처음 55초대(55초02)에 진입했다. 그리고 1년 뒤 52초대(52초26) 기록을 세웠다.

아시아 챔피언이자, 세계 무대에서도 밀러-위보를 위협하는 나세르는 15살이던 2013년까지 54초대를 뛰던 선수였지만, 2014년 52초74로 기록을 크게 단축했다.

◇ 양예빈은 성장 중…아시아의 한계를 넘어서라 = 양예빈을 발굴하고 키운 김은혜(29) 계룡중 코치는 "예빈이가 훈련 때는 54초대도 뛴다"고 했다.

하지만 김 코치는 "예빈이는 성장기다. 아직 근력이 약한 편이라서 이를 보완할 계획"이라며 "성급하게 기록을 줄이려고 하면 부상을 당할 수 있다. 차근차근 기록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록을 급격하게 줄이는 시점이 꼭 15∼16살일 필요는 없다. 펠릭스의 예처럼 근력이 어느 정도 자리 잡는 17세 이후에 기록을 단축해도 늦지 않다.

양예빈은 "아시아 단거리 선수들은 18세를 전후해서 세계적인 선수들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편견도 넘어서야 한다. 실제로 꽤 많은 아시아 단거리 유망주들이 18세 이하에서는 경쟁력을 보이다가, 이후 '아시아용'으로 밀려나곤 했다.

"양예빈의 현실적인 목표는 아시안게임 메달권인 51초대 진입이 될 것"이라고 말하는 국내 전문가도 꽤 있다.

그러나 한국 육상에 모처럼 등장한 '신성' 양예빈은 아시아인의 한계에서 자유롭다. 그는 "기록이 줄어드는 걸 보면서 400m가 더 좋아진다"고 했다. 기록을 줄이는 재미에 푹 빠진 양예빈에게 지금 필요한 건 응원과 지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