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더 괴로운 아이들 '교육빈곤'·(上)]도태되는 소외층 학생들

사교육 빈부격차 하늘과 땅… "학원없이 학교 공부 벅차요"

여름방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꿈그린 사업의 도움을 받아 40만원 짜리 수학학원을 다니는 주영이. 동네 사회복지관에서 문제집을 풀며 학습하고 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고소득층 83.9-저소득층 43.1%
중학교 전교 1등 고교 가서 추락
"시험 난이도 혼자 감당 어려워"
초록우산재단 지원 부족한 현실

2019080401000240000009931





대학입시가 교육의 주요 화두인 대한민국에서 교육 불평등은 필연적인 과제다.

OECD가 발표한 PISA(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 결과, OECD 국가의 하위 25% 학생들이 상위 25% 학생보다 방과 후 학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게 평균인데, 유독 한국은 상위 25% 학생들이 방과 후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며 세계적 흐름을 역행한다.



특히 한국은 상위권과 하위권 학생의 방과 후 공부시간이 10시간 가량 차이나는데, 그 10시간 동안 아이들은 어디로 갈까. 답은 누구나 알고 있듯, 학원이다. → 편집자 주

통계청이 지난해 조사한 가구소득 수준별 사교육비 및 참여율을 보면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인 가구는 월 평균 사교육비를 48만2천원을 쓰는데 반해 소득 200만원 미만이면 9만3천원에 불과하다. 사교육 참여율도 고소득은 83.9%에 달했지만, 저소득층은 43.1%에 그쳤다.

사교육에 올인하는 학부모와 사교육을 문제 삼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는 공교육 사이에서 저소득층 학생은 '교육 빈곤'에 내몰리고 있다. 저소득층 학생들의 사례를 통해 '교육빈곤'의 현실을 되짚는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첫 중간고사를 보고 난 후 주영(가명·17)이와 엄마는 주저앉아 울었다.

중학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주영이가 하염없이 추락한 성적표를 받아서다. 주영이는 학원 다니는 친구들과의 격차를 절감해서, 엄마는 그런 딸에게 미안해 주저앉았다.

주영이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다. 몇 년 전 허리를 다친 엄마는 지난해 머리까지 크게 다쳐 일을 하기 어렵다. 100만 원이 채 되지 않는 수급비가 생계의 전부인데, 최소 한 달에 40만원 이상의 비용을 내야 하는 학원은 꿈도 꿀 수 없다.

주영이는 "중학교 땐 학교 수업과 EBS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공부했고 방학기간에는 문제집을 구입해 다음 학기를 준비했다. 학원은 다닐 수 없으니 학교 선생님을 찾아가 모르는 문제를 물어보는 것도 괜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진학하며 주영이는 학원의 도움 없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체감했다. 특히 국·영·수 주요 과목은 오랜 시간 사교육으로 다져온 친구들을 따라가기 벅찼다.

중학교에 비해 고등학교의 교과과정은 공부해야 할 양도 방대하고 수준도 확연히 높아졌다. 더구나 시험의 난이도는 도저히 혼자서 감당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주영이는 "1등급을 받는 상위권 친구들 모두 학원에 다닌다. 학원을 다녀본 적이 없어 잘 몰랐는데, 학원에서 주는 '쪽집게 문제집'에서 도움을 받는다더라. 학교는 교과서에 나온 기본원리만 가르치는데, 아무리 개념을 공부해도 시험에 나오는 문제는 고난이도 응용문제가 많아 벅찰 때가 많다"고 말했다.

여름방학, 떨어진 성적을 복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주영이는 더욱 괴롭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학습비를 지원하는 '꿈그린' 사업을 통해 20만원을 지원받아 40만원짜리 수학학원을 등록했다.

또 아픈 엄마를 위해 의사를 꿈꾸면서 인터넷에서 봉사활동 정보를 찾아 봉사활동도 하고 무료 특강도 찾아 듣는 등 나름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주영이는 "어떤 친구는 2곳의 수학 학원을 다니는데, 한 곳은 다음 학기를 준비하기 위함이고 다른 한 곳은 2, 3학년 선행학습을 위해서라고 했다"며 "다른 친구는 생활기록부에 제출하려고 학원의 도움을 받아 영어와 한글을 비교한 분석 보고서를 준비한다"고 했다.

[재단BI]경기지역본부 (1)
엄마 김 모씨는 "생활고는 어떻게든 견디겠는데, 아이 교육의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교사들도 이미 학원수업을 전제하고 학교수업을 진행하니 아이가 따라가질 못한다"고 울먹였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경인일보 포토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공지영기자 기사모음

경인일보

제보안내

경인일보는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제보자 신분은 경인일보 보도 준칙에 의해 철저히 보호되며, 제공하신 개인정보는 취재를 위해서만 사용됩니다. 제보 방법은 홈페이지 외에도 이메일 및 카카오톡을 통해 제보할 수 있습니다.

- 이메일 문의 : jebo@kyeongin.com
- 카카오톡 ID : @경인일보

개인정보의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

  • 수집항목 : 회사명, 이름, 전화번호, 이메일
  • 수집목적 : 본인확인, 접수 및 결과 회신
  • 이용기간 :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목적이 달성된 후에 해당정보를 지체없이 파기합니다.

기사제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익명 제보가 가능합니다.
단, 추가 취재가 필요한 제보자는 연락처를 정확히 입력해주시기 바랍니다.

*최대 용량 10MB
새로고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