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단상

[아침단상]일본의 경제침략, 21세기 왜관난출 사건

日, 새로운 국제질서 초조함 느껴
민주적 역량의한 위기극복 무경험
군국주의·전체주의 유혹에 취약
한국, 역사적 고비마다 역경 극복
경제·민주주의 발전 동북아 주체로

김준현 더불어민주당 김포을 지역위원장(전 경기도의원)
김준현 더불어민주당 김포을 지역위원장 (전 경기도의원)
지난 2일 아베 정권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은 우리와의 외교 관계를 자신의 입맛대로 끌고 가겠다는 뜻이다. 이는 1872년 일본이 일으킨 왜관난출 사건과 비견된다. 왜관난출 사건은 1683년 조선과 에도막부가 맺은 부산 초량 왜관 설치 조약의 핵심인 '허락 없이 왜관을 벗어난 자는 사형에 처한다'는 조항을 깨트린 사건을 일컫는다. 메이지 유신을 단행한 일본이 '조-일 관계'의 기본 틀을 정상적인 협상이 아닌 무력으로 파괴할 수 있다는 의미로 당시 조선침략의 신호탄으로 여겨진다. 결국 1873년 6월 일본 거류민 보호를 명분으로 한 정한론이 등장해 치열한 찬반 논쟁 끝에 이와쿠라의 내치우선론에 따라 조선 출병은 연기됐다. 하지만 내부 준비를 마친 일본은 1875년 강화도에 800명의 군대를 파견하는 운요호 사건을 일으켜 끝내 조선 출병을 단행한다. 역사에서는 왜관난출과 정한론의 배경으로 일본 내부 정치적 모순을 꼽고 있다. 내부의 정치적 모순을 외부로 돌려 해소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권력 재편이 이뤄져 '메이지 6년 10월 정변'이란 일본 최초의 내각 위기로 기록됐다.

# 군국주의와 전체주의 유혹에 취약한 일본

현재 일본은 심각한 정치·경제 위기가 똬리를 틀고 있다. 중국에게 세계 경제 2위를 내준지 오래됐으며 경제성장률은 2017년 1.7%, 2018년 0.7%로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 국가채무 비율은 233%에 달한다. 이는 OECD 평균(113%)의 두 배가 넘는 수치로 일본경제의 뇌관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국제무대에서도 점차 자리를 잃고 있다. 북-미 비핵화 협상 진전에 따른 동북아 정세 변화에 재팬 패싱(Japan Passing)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 미국 식민지라는 소리까지 듣는 일본으로서 재팬 패싱은 재앙에 가깝다. 일본은 2016년 트럼프의 등장을 미국이 예전처럼 자신들을 보호하고 지탱해주는 기둥 역할을 하지 않을 것이란 신호로 받아들였다. 아베가 개헌을 추진하고 군사 강국을 추진하는 배경이다. 이처럼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나 개헌 추진은 일본의 초조함에서 비롯됐다. 일본에게 21세기형 왜관난출 사건이 필요한 이유다. 일본은 제2차대전 전범국가였으나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으로 미국으로부터 면죄부(?)를 받았다. 그 후 강력한 미-일 동맹에 힘입어 세계 2위 경제 국가를 달성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미국으로부터 이식된 민주주의는 외피만 썼을 뿐 스스로 민주주의를 쟁취한 경험이 없다 보니 시민역량은 전무하다. 이는 역사 범죄에 대한 국민적 반성을 가로막고 언제든지 과거로 회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위기에 대응할 내적 역량이 없음을 방증한다. 그 결과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자 위기의식이 퍼지면서 국가적 초조함이 불기 시작했다. 이처럼 일본은 민중의 민주적 정치 역량을 통한 위기 극복 경험이 없다 보니 군국주의와 전체주의 유혹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 위기대처 능력, 한국이 훨씬 앞서

한국은 밑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쟁취한 국가다. 100년 전, 전 민중이 일제에 맞서 3·1 만세 혁명을 통해 세계 최초로 민주공화제 헌법을 채택했다. 그 후 역사적 고비마다 민중의 민주적 역량으로 역경을 헤쳐온 경험이 있다. 경제적으로는 GDP 기준 세계 12위이며 지난해 세계 일곱 번째로 30-50클럽에 가입했다. 아베 정권의 경제 침략을 이겨낼 수 있는 체력이라는 얘기다. 나아가 남북 평화경제로 일본보다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 개발과 민주주의를 완성하면서 동북아 질서의 주체로 나설 수 있게 됐다. 더구나 2016년 촛불혁명은 한국의 세계적 위상을 일본이 따라올 수 없을 만큼 끌어올렸다. 따라서 위기에 대처하는 방식이 19세기 조선과 전혀 다르다. 이에 반해 아베 정권은 19세기에 머물러 있다. 당시 정한론 논쟁처럼 내부 모순을 외부에서 해결하고자 한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본은 임진왜란, 정한론, 만주사변, 태평양 전쟁 등 위기를 외부 침략으로 해결하고자 했다. 내부는 군국주의와 전체주의로 단속했다. 그만큼 위기에 약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 끝은 엄청난 패망이었음을 역사는 말하고 있다.

/김준현 더불어민주당 김포을 지역위원장 (전 경기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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