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려되는 지자체와 정치권의 '일본 보이콧'

경인일보

발행일 2019-08-08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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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형성된 '반일 기류'에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가세하는 것은 심히 우려스럽다. 애초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한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순수성과 정당성이 지자체가 나서면서 본질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반일 기류가 자칫 '관제 반일'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 6일 서울 중구청이 '노(NO)/ 보이콧 재팬(BOYCOTT JAPAN)/ 가지 않습니다/ 사지 않습니다'는 문구가 들어간 배너기를 내건 게 그 대표적이다. 오죽하면 이를 보다 못한 시민들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설치중단을 요청하는 청원을 올리고, 주변 상인들이 반발하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이런 분위기가 이제는 전 지자체로 확산하면서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느낌이다. 거리마다 일본을 규탄하는 플래카드가 나붙는가 하면, 앞다퉈 일본 제품과 일본 여행 거부를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치단체 차원의 일본과의 교류 활동을 중단한 지자체가 한둘이 아니다. 너무 지나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장들이 정치적 충성 경쟁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오고 있다. 정말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정치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어제 이해찬 대표를 비롯해 더불어 민주당 지도부는 한국관광공사를 찾아 국내 관광 활성화로 일본 경제 보복에 대응하자고 주장했다. 이날 회의장 벽면엔 '국민과 함께! 우리가 이깁니다! 관광은 한국에서!'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 정치권의 대응 수준이란 게 겨우 이 정도다. 오죽하면 여행협회 관계자가 "지자체에서 민간교류를 금지하고 청소년 교류를 막고 있는데 이것이 미래지향적으로 한·일 국민에게 도움이 되겠느냐"며 민주당 지도부에게 쓴소리를 했을 정도다.

국민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감정을 갖는 것은 탓할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행동이다. 하지만 지자체나 정치권이 노골적인 반일 감정을 앞세운다면 '관제 반일'이라는 오해를 부르기에 십상이다. 설사 국민이 감정적으로 대응한다 해도 정치권과 지자체는 이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 이럴수록 지자체는 그동안 진행됐던 민간교류는 계속 해야 한다. 특히 정치색 없는 문화·체육 분야 교류는 계속되어야 한다. 끊어진 관계를 복원시키는 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이런 와중에 수원시가 30년 자매도시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 시 유소년 축구팀과의 정기 교류전을 올해 그대로 개최하기로 한 것은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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