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선거의 미학<選擧의 美學·The esthetics of election>

정재선

발행일 2019-08-30 제18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법이 정한 규정 존중하면서
상대방 얼마나 '설득하느냐' 관건
공동체 형성 삶과 직결되는 '선택'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공약'
적극참여 대표자 뽑는 아름다운 축제


기고- 정재선(자영업)
정재선 자영업
선거는 설득의 미학이라고 한다. 설득의 주체와 대상이 선거 과정에서 수시로 뒤바뀌는 경우가 많으며, 설득의 표현방식에는 다양한 언어와 행동 등이 동원되는데 그 결과는 순기능을 가져오기도 하고 역기능을 가져오기도 한다. 성공적인 선거의 관건 중 하나는 선거의 참여자들(유권자, 정당, 후보자 등)이 법이 정한 선거의 규칙을 존중하면서 상대방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설득하느냐에 있다 할 것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성공적인 설득요소 6가지로 '첫째, 능동적 참여를 독려하라. 둘째, 은유를 사용하라. 셋째, 두려움을 이끌어 내라. 넷째, 주위를 환기시켜라. 다섯째, 강렬한 언어를 사용하라. 여섯째, 상대의 기대에 반하라.'를 제시하고 있다.

나의 초등학교 시절 반장선거와 관련한 기억을 돌이켜보면, 2학년 새 학기에 나와 다른 친구 2명이 후보자가 되어 반장선거를 치르게 됐다. 반 친구 수는 60명 정도였고 당시 반장이 하는 일은 선생님 심부름과 교실 뒤편에 있는 게시판 정리 등 환경미화, 실외에서 체육활동 시 줄서기 기준 잡는 일 정도였다. 그 당시 반장이 되는 것은 보통 학생 자신이 공부를 잘하거나 부모님이 육성회에 관여하거나 해야 가능성이 높은 일이었다. 나의 상대방 후보였던 친구는 공부도 잘하고 키도 크고 운동도 잘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단상에서 친구들을 설득하기 위한 연설을 하기보다는 성의 없는 모습으로 친구들 앞에 섰던 것으로 기억된다. 결과는 당연히 낙선이었고 이후 나는 영원히 유권자로 남았을 뿐 후보자가 되어본 적은 없다. 누군가에게 선택을 받는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다만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전제 위에서 신뢰할 수 있는 말과 행동으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반장선거에서 반 친구들에게 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설득력 있는 연설을 했다면 친구들은 나를 지지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선거는 또한 선택의 미학이기도 하다. 선거에서의 선택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대한 변화의 출발점이기도 하면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선거철만 되면 온 세상이 시끄럽지만 진정 모두가 즐기는 축제로서의 선거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선거는 분명 축제, 우리 자신과 공동체를 위한 선택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선거의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선택은 나의 삶과 직결되는 일이고 나의 철학과 의지를 반영하는 일이며 선거 안에서 나를 살리는 행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선택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너무나 상식적인지라 외려 식상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 선택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바로 정당과 후보자가 선거마다 내세우는 정책과 공약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지연, 학연, 혈연 등 각종 연고주의로 인해 그간 선택의 기준에서 가장 핵심이 되어야 할 정책과 공약은 정작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었다. 자신의 이해를 반영하고 나아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좋은 정책, 적실성 있는 공약에 대한 치밀한 탐색과 그에 근거한 선택만이 선거결과의 왜곡을 막을 수 있다. '정책선거'가 그저 허명만이 아닌, 선거에서 설득과 선택의 핵심 기제로 정립될 때 우리 사회는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설득과 선택을 본질로 하는 선거의 미학. 선거참여자들 간의 계속적인 설득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선택이 이 시대와 사회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한다면, 선거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자신의 이해와 주장을 서로 설득하고, 자신과 공동체를 위하여 신중하게 우리 사회의 대표자를 선택하는 것만큼 제도적으로 아름다운 일도 흔치 않을 것이다.

/정재선 자영업

정재선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