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를 사와도 '달 곳이 없는' 아파트

박현주 기자

발행일 2019-08-14 제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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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퍼스트샵 걸린 태극기 그림
그림이라도…-3·1운동과 임시정부수립 100주년,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에 대항하는 불매운동까지 전국으로 확산되는 올 광복절은 더욱 뜻깊게 맞게 됐다. 광복절을 이틀 앞둔 13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양모씨 집 창문에 손자가 손수 그린 태극기 그림이 붙어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불매운동 등 반일감정 확산속
외벽 전면 유리 '커튼 월' 단지
광복절 앞두고 게양 못해 불만
창가·난간에 세워두는 가정도
'국기꽂이' 설치 개정안 발의중


외벽 전면이 유리로 뒤덮인 '커튼월' 방식으로 지어진 아파트 주민들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걸고 싶어도 걸지 못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이들 아파트엔 국기 봉을 꽂을 수 있는 장치인 '국기꽂이'가 없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최근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에서 제외해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반일 감정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광복절엔 정작 태극기를 걸 수 없는 웃지 못할 일이 빚어지고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에 사는 이원준(28)씨는 "요즘 일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시기에 다 함께 뜻을 모아 우리나라 광복을 맞이한 날에 국기를 게양하면 좋을 텐데 아파트에 따로 꽂을 데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이씨가 사는 아파트는 커튼월 방식의 아파트로 외벽 전면이 유리로 뒤덮여 있다. 아파트 외부에 국기를 걸 수 있는 국기꽂이는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극기를 창문에 붙이거나 집 내부에 걸어놓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이 일대 커튼월 방식의 다른 아파트에 사는 양모(62)씨는 "이전에 있던 태극기가 낡아서 비교적 최근에 행정복지센터에서 태극기를 사왔는데, 집에 국기꽂이가 별도로 없어 창문 근처 난간에 걸어둔다"며 "밖에 걸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니 집 안에 거는 걸로 만족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같은 단지에 사는 박재이(인천먼우금초4)양은 "학교에서 국경일의 의미를 배우고 국기를 게양할 것을 강조하는데 밖에다 달 수 없어 안타깝다"며 "국경일에 부모님이 집 안에 국기를 두거나, 바깥이 보이는 창가에다가 태극기를 비스듬히 세워두곤 한다"고 했다.

현재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는 '외기에 면하는 난간을 설치하는 주택에는 세대마다 1개소 이상의 국기봉을 꽂을 수 있는 장치를 당해 난간에 설치하여야 한다'고 돼 있다. 난간이 없는 다세대 주택이나 아파트는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는 셈이다.

업계에선 관련 규정상 난간 없는 아파트의 경우 국기꽂이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닌 점도 있지만, 안전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구조적으로 국기꽂이 설치가 어려운 커튼월 방식으로 지어진 아파트는 국기 관련 주민들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국회엔 국기꽂이를 설치하기 힘든 공동주택의 경우 각 동 출입구에 국기꽂이를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 등을 담은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6월 발의된 상태다.

/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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