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진솔한 사과를 듣고 싶다

이용성

발행일 2019-08-19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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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보·위기관리 차원 언급한 사과문
기업이나 기관 입장에서 본 것이지
시민·국민위한 진정한 발언은 아냐
이번 '일본 제품 불매운동' 과정도
정치인·업체 때문에 마음의 상처 커


월요논단-이용성1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실수도 문제지만 사과도 문제다. 매일 뉴스에 사과발언과 사과문이 등장하고 있다. 여자 연예인이 연인의 일을 폭로하고 연인이었던 연예인은 소셜미디어에 사과문을 올리는 일이 반복된다. 아프리카TV VJ의 심각한 방송 사고와 폭로전은 사과문과 사과영상 게재로 이어지는 하나의 패턴이 되고 있다. 연예인과 파워 VJ, 파워 유튜버를 광고모델이나 홍보대사로 영입한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등은 잠재적인 위협요소를 안고 있는 셈이다. 사생활 폭로와 검증의 주요한 수단으로 소셜미디어가 작동하고 사과문으로 마무리되는 스토리가 만들어지고 있다.

문화계 미투, 연예계 미투·빚투에서도 사과문이 속출했다. 망언을 남발하는 정치인들의 공허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도 빠질 수 없다. 사과 발언과 사과문의 진정성은 언제나 논란이 되고 있다. 사과할 사실의 확인은 모호하게 넘어가고 사법적 책임을 교묘하게 피하면서 도의적인 책임을 운운하면서 선을 넘으면 법적으로 문제 삼겠다고 한다. 법률가가 작성하거나 자문한 사과문이 대부분이다. 모호하고 기계적인 사과문이 대부분이고 진솔한 사과문은 찾아보기 어렵다.

2012년 11월 개그맨 유병재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이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다. 이 글은 '사실여부를 떠나=사실이다',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내가 한 짓이다'와 같이 형식적이고 허구적인 사과문의 번역기 역할을 하고 있다.

잘못된 사과의 관행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맞선 일본상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참여한 시민을 비판하거나 조롱한 뒤, 강력한 저항에 직면하자 마지못해 나온 일본계 기업과 일부 한국 기업의 사과문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DHC코리아, 유니클로, 한국콜마 등 끊이지 않는다. 사과해야 할 사실을 제대로 적시하지 않고 본사와 지사를 넘어들며 사과의 주체를 모호하게 하는 등 잘못된 사과의 사례를 전시하고 있다.

사과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것이고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사과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위기관리나 위기커뮤니케이션에서도 사과는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그러나 우리 기업과 조직은 위기와 사건이 발생하면 무대응, 공격, 변명, 부인 전략을 주로 작동시키고 사회적 파장이 커지면 뒤늦게 사과 전략을 가동한다고 한다. 범죄와 같은 높은 수준의 위기에서도 정당화와 부인 전략을 동원하기도 한다.

사과의 적절한 시기를 놓치고 진정성을 담지 못하면서 법적·경제적 책임을 피하려는 의도에서 형식적인 사과문이나 사과 발언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엔 정치인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들은 '변명', '공격', '부인'으로 일관하고 있다. 누구도 떠올리기 쉽지 않은 언어사용법이나 사안 이해 수준을 근거로 해서 자기를 방어하고 있다. 자신은 모욕적·공격적 언어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다고 강변하면서 네티즌이 비판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바람직한 사과의 구성요소로 신속한 사과, 직접 사과, 간결한 사과, 잘못의 확인과 인정, 희생자에 대한 공감과 보상 및 대안 제시 등을 꼽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광주민주화운동, 세월호 참사, 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사태 등에 대한 진정한 사과를 듣지 못한 것 같다.

미국의 언어학자 바티스텔라는 우리가 당혹감, 죄책감, 수치심, 문제를 바로잡고 싶은 요구 때문에 사과를 하게 된다고 본다. 사과는 나약함과 지위의 상실로 드러나기 때문에 잘못을 인정하는 데는 반성, 분석, 용기, 성숙이 필요하고 피해자의 응답, 공감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홍보나 위기관리에서 언급하고 있는 바람직한 사과문이나 사과행위도 근본적으로 기업이나 기관의 입장에서 본 것이지 시민과 국민의 입장에서 본 것은 아니다. 그러니 시민과 국민을 위한 진정한 사과 발언과 사과문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이번 불매운동 과정에서도 정치인과 일부 기업인 때문에 국민들이 느끼는 마음의 상처가 크다. 진정한 사과 발언, 사과문을 접할 수 있기 바란다.

/이용성 한서대 교수(언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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