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가 쓰는 생태 보고서·(上)]너구리 좀 막아주세요

"인천을 계속 둥지로 삼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저어새 새끼 부화
멸종위기종의 열악한 생존환경-천연기념물 제205-1호이자 멸종위기 1급 보호조류인 저어새의 국제적인 주요 번식지인 인천 남동유수지의 인공섬이 너구리떼의 습격과 둥지를 만드는 재료 부족으로 새끼 저어새의 생존율이 낮아지고 있다. 큰 사진은 지난 5월 19일 저어새들이 새끼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다. 이 둥지를 이달 3일 확인한 결과(작은 사진) 부드러운 풀 등으로 둥지를 완성해야 했지만 주변환경이 나빠 본능적으로 비닐봉지 같은 쓰레기로 완성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먹이 풍부하고 손길 닿지 않는 탓
10년째 목숨 걸고 남동유수지 찾아
작년부터 너구리가 보금자리 습격
부드러운 풀 없어 쓰레기집서 살아
새끼 233 → 15마리 '93% ↓' 속상

저는 10년째 인천을 찾고 있는 저어샙니다. 전 세계에 4천 마리밖에 남지 않았다고 야단들이지요.

사람들은 저를 국제 멸종위기종 철새로 지정했습니다. 저에게는 인천이 제일로 중요한 땅입니다. 애들을 낳을 수 있는 곳이니까요.

제가 인천 남동 유수지에 온 것은 2009년이 처음입니다. 저어새들의 꿈의 공간, 남동 유수지입니다. 저는 이 자리에서 짝을 만났고 알도 낳고 새끼도 길렀습니다.



그때 여기서는 친구들의 새끼까지 모두 6마리가 부화했습니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남동 유수지를 찾는 것은 먹이가 풍부한 송도 갯벌이 있고, 유수지의 작은 섬에는 사람들의 손길이 닿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공단지대에 왜 멸종 위기종 저어새가 찾느냐고 의아해 하고 있지만 말입니다.

그 이듬해에는 남동 유수지에서 낳은 새끼들이 53마리로 늘었습니다. 또 그다음 해에는 80마리로 늘었지요. 이렇게 되면서 우리 저어새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졌고, 그야말로 인천은 살기 좋은 곳으로 떴습니다.

매년 300마리 이상이 찾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늘어났습니다. 작년 5월에는 섬 주변에 또 다른 섬까지 만들어주었습니다. 여간 고마운 일이 아니지요.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지난해부터 새끼들이 줄어들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에 272마리가 태어나 233마리가 살아남았는데 작년에는 74마리가 태어나 고작 46마리밖에는 살아남지를 못했습니다.

올해는 정말 충격적이게도 15마리만이 정상적으로 둥지를 떠났습니다. 2년 만에 93%나 줄어든 것입니다. 우리의 낙원, 인천에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저는 못된 너구리를 핵심 원인으로 꼽습니다. 작년에 너구리들이 우리의 보금자리를 알아냈기 때문입니다. 너구리들은 섬으로 헤엄쳐 와서는 무자비하게 알을 깨 먹고 어린 새끼들을 잡아먹었습니다.

우리는 어찌할 도리가 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올해는 더했습니다. 220개 둥지에서 알들을 낳았는데 고작 15마리만 남았으니까요.

올해에는 유독 둥지 만들기도 힘이 들었습니다. 부드러운 풀로 집을 지어야 새끼들이 잘 놀 수 있는데 쓰레기들을 물어다가 둥지를 짓고 말았습니다.

가시가 있는 풀들도 우리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물론 여러 뜻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위해 애를 많이 쓰고는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가 언제까지 인천을 둥지로 삼아야 할지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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