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조물주 위에 건물주

이한구

발행일 2019-08-21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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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축성장 반세기 '부동산 폭등' 상상 초월
역대 정부 규제 풀어 투기조장 '경기 부양'
부동자금 시세차익만 노려 국민경제 '엉망'
경제적 진보·빈곤 동반성장 토지사유제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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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주택시장 규제의 극약처방으로 불리는 아파트 분양가 상한제를 발표했다. 분양가 상한제란 분양가격을 평형대 별로 일정가격 이상을 받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10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전국 31곳의 투기과열지역에 적용하는데 문재인 정부 들어 14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부동산 중개업체들이 죽을 맛이다. 전국의 개업 공인중개사가 10만여 명이나 거래절벽에 과당경쟁으로 폐업이 속출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는 사람들은 갈수록 인산인해이다. 공인중개사 1차 시험 접수자 수가 2013년 9만6천279명에서 2018년에는 19만6천939명으로 불과 5년 만에 무려 2배 이상 격증한 것이다. 한 응시생의 "부동산 업계가 개미지옥이나 일단 자격증을 취득하면 평생직장으로 노후대비에도 적격"이란 언급이 눈길을 끈다. "한 건만 대박 나면 된다"는 심리는 점입가경이다.

한국 특유의 부동산 불패신화가 화근이다. 압축성장 반세기 동안에 상상을 초월한 땅값의 폭등이 결정적 증거이다. 1970년대 서울 강남개발이 시발점이다. 1960년대 초부터 사람들이 서울로 몰려들면서 주택문제가 점차 커지자 정부는 한촌(閑村)인 강남지역 개발에 주목했다. 1968년에 착수한 경부고속도로 건설은 설상가상이었다. 당시 정부의 최대 고민거리는 경부고속도로 건설비 조달이었는데 서울 영동(永東)을 개발해서 해당 지역의 땅값을 끌어올려 부족한 자금을 벌충하기로 한 것이다. 실천방안은 영동지구 구획정리사업이었다. 난개발로 방치된 일정면적의 토지를 묶어 합리적으로 구획하고 도로, 학교, 공원 등의 기반시설을 배치해서 토지의 가치를 올리는 것이다.

이 무렵 서울시 도시계획분야 핵심요직에 근무했던 서울시립대 손정목 교수는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에서 주목되는 발언을 했다. 박정희 정부는 정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남에서 땅 투기 행각을 벌였으며 더 많은 비자금을 긁어모으기 위해 구획정리사업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모 도시계획국장은 청와대 자금으로 1970년 초에 강남의 땅 24만8천368평을 평당 평균 5천100원에 사들인 후, 1971년 5월까지 약 18만평을 평당 평균 1만6천원에 팔아 20여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단다. 당시 20억원은 현재가치로 대략 1천억원으로 1970년 내국세 수입액의 0.7%에 해당하는 엄청난 금액이다.

196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전반까지 10년 동안은 한강변 공유수면 매립 전성기였다. 이 사업으로 동부이촌동, 반포, 흑석동, 서빙고동, 압구정동, 구의동, 잠실 등이 도시화되었다. 공유지인 한강변을 택지로 조성해서 아파트를 분양하는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여서 지하경제도 덩달아 커졌다. 상당수 건설업체들이 정치권에 몇십억, 몇백억 원의 뇌물 제공을 대가로 한국을 건설공화국으로 만들었다.

이상의 개발방식은 이후 정권이 바뀌면서 확대재생산 되었다. 역대 정부는 불황 때마다 각종 부동산 규제를 풀어 투기를 조장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부양하곤 했다. '부동산주기 10년'설이 상징적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의 '수원 광교신도시는 로또 신도시'라는 리포트가 주목된다. 2019년 7월 현재 광교 아파트 평균 시세는 3.3㎡당 2천480만원으로 분양가 대비 1.7배로 상승해 피분양자들은 10년 만에 세대당 평균 3억8천만원을 벌었다.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에서 생활한 것밖에 없는데 매달 300만원의 불로소득을 얻었으니 이보다 좋은 돈벌이가 있을까?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장래 희망 1순위가 건물주이다. 오죽했으면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 했던가. 정부가 한정된 자원을 소수의 엘리트들에 몰아주어 파이를 키워나가는 후진국 공업화는 당위성이 충분하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를 근절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착이다. 천문학적인 단기부동자금이 생산이 아닌 시세차익만 노리고 있다. 국민경제가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

토지 공개념 이론의 선구자 헨리 조지는 경제적 진보와 빈곤이 함께 커지는 이유에 대해 지대(地代)의 개인소유를 보장하는 토지사유제 탓으로 돌렸다.

/이한구 수원대 교수·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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