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어새가 쓰는 생태 보고서·(中)]왜 인천에 오는지 아세요?

"인천은 우리 고향… 번식 위한 소중한 땅입니다"

공승배 기자

발행일 2019-08-23 제1면
글자크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링크
  • 메일보내기
  • 인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메일전송
전 세계 4천여 마리 밖에 남아 있지 않은 멸종위기종 저어새(천연기념물 205-1호, 멸종위기종 I급)들이 지난 19일 오후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한 물가에서 무리지어 먹이를 찾고 있다.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태어난 곳서 새끼 낳기 위해 찾아
구지도·남동유수지 가장 좋은 곳
대만·홍콩서 목숨 걸고 서해 건너

우리는 매년 3월쯤 한국을 찾습니다. 대만이나 홍콩에서 겨울을 보낸 뒤 대부분이 한국으로 모입니다.

번식하기 위해서죠. 우리는 귀소본능이 있어 모두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새끼를 낳고 싶어 합니다.

모든 조류가 그런 건 아니지만, 그게 우리의 본능입니다. 우리는 한국에서도 인천을 가장 좋아합니다. 한국에 있는 약 20개의 번식지 중 전남 영광 칠산도를 제외한 번식지가 모두 인천에 있을 정도니까요.

인천에서는 대연평도 인근 무인도인 구지도와 남동 유수지를 가장 좋아합니다. 매년 400마리 이상이 번식지로 이곳을 택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저어새가 태어나는 곳이 이 두 곳입니다.

하지만 인천까지 오는 길이 쉽지 않습니다. 2천 마리 이상이 겨울을 나는 대만과 인천과의 거리는 1천500㎞에 달합니다. 또 다른 월동지인 홍콩은 그보다 먼 2천㎞나 됩니다. 번식하기 위해선 이 거리를 날아야 합니다.

다 큰 저어새는 짧게는 이틀을 꼬박 날면 인천에 도착할 수 있지만, 새끼들은 그럴 수 없습니다. 중국 상하이, 항저우 등지에서 중간중간 쉬면서 한 달 이상을 날아야 합니다.

중간 기착지가 없는 서해를 건널 때는 그야말로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서해의 직선거리가 800㎞ 정도인데, 우리가 시속 약 50~60㎞ 속도로 날 수 있는 점을 비춰볼 때, 날씨가 좋을 때도 최소 15시간을 꼬박 날아야 건널 수 있습니다.

쉬지 않고 약 11만 번의 날갯짓을 해야 하는 거리입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집니다. 서해를 건너는 데만 30~40시간을 계속 날아야 할 수도 있죠. 21만 번이 넘는 날갯짓을 해야 합니다.

운이 좋아 바람을 타면 최대 시속 100㎞ 속도까지 날 수 있지만, 맞바람이 불면 전진하지 못할 때도 많습니다. 이때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되돌아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서해를 건널 때 가장 많은 동료들이 목숨을 잃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인천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태어난 곳이기도 하지만, 먹이 활동을 하고 새끼를 키우기에 인천 만한 곳이 없기 때문이죠.

감각이 발달한 부리로 얕은 물을 휘저어 물고기와 새우 같은 먹이를 구해야 하는데, 갯벌이 넓게 형성돼 있고 조수간만의 차가 큰 인천이 최적입니다. 탁도가 높아 물속에 있는 물고기도 우리를 쉽게 발견하지 못합니다.

인천은 우리의 고향입니다. 번식을 위해 목숨 걸고 찾는 소중한 땅입니다. 우리가 고향을 버리지 않도록 해 주세요.

/공승배기자 ksb@kyeongin.com

공승배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