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네이버, 슬쩍 빠져나가기는 안된다

박상일

발행일 2019-08-26 제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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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신문3사 뉴스 모바일 노출하겠다 약속
지역언론·민주주의 살리겠다는것인지 의심
'타언론사 기준 미달' 공돌리기 딱좋다는 뜻
지역 외면·차별문제 해결 모든역량 쏟을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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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그동안 지역 언론을 '찬밥' 취급하던 네이버가 갑자기 방향을 트는 분위기다. 들리는 얘기로는 기존에 PC 콘텐츠 제휴를 맺어 놓고도 거들떠도 안 봤던 부산일보·매일신문(대구)·강원일보와 새롭게 모바일 제휴를 맺고 독자들이 뉴스를 '구독'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아직 정식으로 발표를 하거나 계약을 맺은 건 아니어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이들 3사를 모바일 뉴스 '채널'에 입점시키기로 했다는 소식은 네이버 측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조만간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에서 이들 3개 지역신문을 '구독'할 수 있게 됐다는 뜻이다.

그동안 지역 언론사들은 물론이고 지역 정치권과 언론학자, 시민사회단체들까지 "네이버에서 지역 언론사 뉴스를 '구독'할 수 없다. 이는 심각한 민주주의의 훼손"이라며 강하게 네이버를 비판해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싸움은 아직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이를 놓고 보면 네이버가 지역신문 3사를 '채널' 입점시켜 주겠다는 것은 싸움을 통해 얻어낸 귀중한 성과인 듯 보인다. 비록 일부 언론사라도 모바일에 지역 뉴스가 노출되기 시작한다는 것이니, 성과가 맞기는 맞다.

하지만 걱정이 된다. 네이버의 이런 변화가 진심으로 지역 언론을 살리고 민주주의를 살리겠다는 순수한 의도에서 이뤄진 것인가 하는 의심 때문이다.

앞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이들 지역신문 3사에 대해 '모바일에서도 콘텐츠 제휴사 지위를 인정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네이버는 이들 3사가 마땅치 않더라도 울며 겨자 먹기로 모바일 제휴를 맺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런 결론이 나오는 사이에 지역 언론사와 정치권 등의 파상공세가 계속 확산됐고, 네이버의 지역 언론 차별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떠올랐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뭔가 보여줘야 할' 상황이 닥친 것이다.

딱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지역신문 3사를 모바일에 노출하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지역의 주장을 알겠다. 우선 이만큼 한다"고 내밀기 딱 좋은 만큼이다. "다른 지역 언론사들도 일정 기준을 통과만 하면 똑같이 모바일에 노출시켜 주겠다"라고 하면 더 설득력을 얻을 것 같다. 문제의 본질을 슬쩍 피하고, '지역 언론사들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공을 돌리기에 딱 좋다는 뜻이다.

그동안 지역 언론사·정치권·시민단체들은 네이버 측에 적극적이고 전면적인 지역 언론 기사 노출, 지역 언론의 특성을 감안한 제휴 정책, 위치기반 기술을 적용한 지역 뉴스 노출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근본적으로 지역 언론 차별 문제를 해결하라는 요구다. 지역 언론사 두어 곳을 선심 쓰듯 노출해주고 슬쩍 빠질 수 있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오랫동안 네이버가 지역신문을 외면하고 차별해 온 것을 고쳐서 제자리를 찾아주어야 해결될 문제고, 지역 언론에 대한 생각과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해결될 문제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지역 언론들은 지역주민들, 정치권, 시민사회단체, 학계 등과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문제이기도 하고, 지역 언론에게는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지역 언론도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음을 인정한다. 갈수록 황폐화되고 있는 언론 환경에서 허덕이느라 독자들의 요구를 채워내지 못했다. 네이버와의 싸움 과정에서 시민사회단체들이 지역 언론에 '자성'을 요구한 것도 가슴에 새기고 있다. 그래서 네이버와의 싸움은 빨리 끝나야 한다. 지역 언론의 기반이 더 무너지기 전에 바로 서야 하기 때문이다.

/박상일 디지털뉴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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