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꽃]봉선화

권성훈

발행일 2019-08-20 제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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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난뱅이 울 아비의 작은딸



나의 배고팠던 누님이



아이보개 떠나면서 보고보고 울던 꽃



석양처럼 남아서 울던 꽃 울던 꽃


서정춘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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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나를 건드리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가진 '봉선화'는 7~8월에 개화하며 봉숭아라고도 불린다. 양지바른 곳에 한번 재배를 시작하면 씨앗이 떨어져 해마다 같은 자리에서 자라는 이 꽃은 서리가 내리는 시기까지 꽃을 피우는 강인한 생명력을 가졌다. 또한 지금은 사라진 놀이지만 여름이면 여자들이 손톱에 봉선화 꽃물을 들이던 시절이 있었는데, 봉선화 꽃으로 손톱에 물들인 꽃물이 첫눈 올 때까지 남아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믿으면서. 이 시에서는 가난했던 시절 '아이보개'로 떠나던 '배고팠던 누님'이 '보고보고 울던 꽃'으로 서글프게 나타나며 "석양처럼 남아서 울던 꽃 울던 꽃"으로 아프게 묘사된다. 봉선화로 물든 시간은 어린 누나를 떠나보내야만 하는, 어린 동생의 터질 것만 같은 잔상으로 남아. 소년은 봉선화 같은 누님이 떠나가던 뒷모습을 보고 또 보며 눈시울 속 붉게 타던 저녁노을 속으로 걸어가고 있다.

/권성훈(문학평론가·경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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